[매경이코노미스트] 성장·혁신·포용의 삼중 탱고

2023. 11.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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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도 이제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대표적으로 성장, 혁신, 경쟁, 불평등, 포용 간 이중·삼중의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수적이나, 슘페터가 간파한 대로 혁신은 (의도하지 않은) 불평등의 심화와 포용의 장애를 낳을 수 있다.

비즈니스 생태계를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면 이러한 본능을 도외시해서는 안 되며 성장, 혁신, 경쟁, 불평등, 포용 간의 고차방정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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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법인에 성장은 본능
비즈니스 생태계 속 '빅테크'
혁신만 몰입하다 포용사라져
불평등커지고 되레 혁신막아
매머드 멸종시킨 인류의 실수
겸허하게 생태계 이해해야

2023년도 이제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아마도 여러 사람이 올해도 다사다난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을 것이다. 매해 낯설게 느껴지는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돼서 그럴 것인데 올해는 초반부터 챗GPT가 이런 낯선 경험의 서막을 알렸고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대다수가 낯선 경험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노출되고 그런 환경이 지속되고 보편화되면 뉴노멀(new normal)로 불리던 것도 일상적이고 일반적인 노멀이 된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을 발전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그저 변화나 진화로 볼 수도 있지만, 경영의 관점에서 그 결과는 무언가의 '성장'으로 이어질 때 의미를 가진다.

성장의 본질에 대해 생각할 때, 이는 비단 경영·경제만의 관심사는 아니며 거의 모든 생명 과정의 핵심이다. 단세포 생물을 제외하면 살아 있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성장해야 한다는 숙명을 타고난다. 이렇게 보면 법인으로 인격체를 부여받은 기업이나 자연인과 법인이 모인 사회와 국가에서도 성장은 지상 과제다. 더 나아가 기업과 경영을 생명체나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과 특성에 빗대어 보려는 것은 직관적인 이해를 넘어 나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물론 이 둘은 차이점도 많다. 예를 들어 생태계에서 생명체 성장의 근원은 (지구로 한정한다면) 태양에너지지만, 기업과 사회의 성장을 낳고 이끄는 근원은 기술 변화와 혁신이다.

이 둘 사이의 연결이 기후변화와 각종 환경 문제로 대변되지만, 그러한 연결성을 도외시하더라도 (즉 환경 문제를 배제해도) 비즈니스 생태계 자체는 우리 주변에서 보는 자연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상충되는 여러 요인들로 가득한 복잡계이다. 대표적으로 성장, 혁신, 경쟁, 불평등, 포용 간 이중·삼중의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수적이나, 슘페터가 간파한 대로 혁신은 (의도하지 않은) 불평등의 심화와 포용의 장애를 낳을 수 있다. 불평등의 심화와 약화된 포용성은 성장의 발목을 잡아서 선순환을 순식간에 악순환으로 바꿀 수도 있다. 경쟁은 혁신을 촉진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지만, 너무 과하거나 방치될 경우 승자독식으로 이어져 장기적 혁신과 경쟁을 질식시킬 수 있다. 아마도 지금 국내외에서 '빅테크 때리기'에 접어든 배경에는 이런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플랫폼과 같은 빅테크나 재벌과 같이 거대한 기업을 중생대 쥐라기의 공룡에 비유하지만, 사실 거대함의 시기는 쥐라기가 아니다. 쥐라기 훨씬 이전에 대기 중 산소 비율이 지금보다 9%포인트나 높았던 석탄기에는 모든 생명체가 거대했다. 환경이 그러했기에 모든 생명체가 절대적인 거대함을 추구했다. 이처럼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적이건 인위적이건 생태계 구성원이라면 피할 수 없는 본능이다. 비즈니스 생태계를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면 이러한 본능을 도외시해서는 안 되며 성장, 혁신, 경쟁, 불평등, 포용 간의 고차방정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공룡이 사라진 신생대에도 오늘날 코끼리보다 두 배 이상 컸던 매머드와 같은 포유류가 등장했다. 그런데 무분별한 사냥으로 매머드를 멸종시킨 숙적은 바로 인류다. 사피엔스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았던 어리석음을, 우주를 신개척지로 정한 오늘날의 인류가 반복하지 않으려면 아직까지 미지(未知)로 남은 비즈니스 생태계의 복잡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해하려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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