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자살과 마약은 닮았다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11.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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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마약은 따로인 듯 보여도 비슷합니다." 김선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장이 14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제3회 생명존중 자살예방 세미나'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한 말이다.

디턴은 "(마약 중독으로) 좀비가 된 사람들은 경제적·사회적 삶이 더는 그들을 지탱해주지 못한다는 절망으로 인생이 산산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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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마약은 따로인 듯 보여도 비슷합니다." 김선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대전과학수사연구소장이 14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제3회 생명존중 자살예방 세미나'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한 말이다. 삶에서 더는 위안을 찾을 수 없을 때 자살 위험이 커지듯이 마약도 삶이 힘들 때 그 유혹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인 앵거스 디턴이 왜 마약 중독사를 '절망사'로 표현했는지 이해가 됐다. 디턴은 "(마약 중독으로) 좀비가 된 사람들은 경제적·사회적 삶이 더는 그들을 지탱해주지 못한다는 절망으로 인생이 산산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 절망은 중독을 낳고, 중독의 끝은 이른 죽음이다. 펜타닐에 중독되면 2~3년 내 사망한다. 미국은 이런 식의 마약 중독사가 인구 10만명당 29.9명이다. 한국의 299배다. 그만큼 미국 사회에 절망이 깊고 넓게 확산돼 있다는 증거다. 절망의 근원으로 디턴은 제조업 붕괴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꼽았다. 이로 인해 취업과 결혼에 실패한 저학력층이 대거 마약에 희생됐다.

한국 역시 절망에 삶이 무너진 이들이 많다.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게 그 증거다. 인구 10만명당 25명에 이른다. 마약을 구하기가 쉬워지면 이들이 먼저 마약에 손을 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식으로 마약 중독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중독자가 늘면 불법 조직이 마약으로 검은돈을 벌 기회도 증가한다. 그들은 더 많은 마약을 국내에 팔 것이고 그 결과 중독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식의 악순환을 막지 못하면 한국도 길거리에서 마약에 중독돼 좀비가 된 이들을 보게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은 청소년이 걱정이다. 이들의 행복지수가 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입시 경쟁 탓이다. 이들이 마약에 희생될까 두렵다. 결국 마약을 막으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소년을 입시 지옥에서 구해내야 한다. 마약도 결국 일자리·교육 문제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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