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워터멜론' 려운, 반짝이는 청춘을 향한 도전 [인터뷰]

현혜선 기자 2023. 11. 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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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려운이 서울경제스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서울경제]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배우 려운에게 도전이다. 수어, 기타 등 처음 접해보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야 됐고, 그 안에 진한 감정도 녹여야 됐다. 모든 것을 끝낸 려운에게 작품은 청춘의 한페이지로 남는다.

tvN 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극본 진수완/연출 손정현)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소년 은결(려운)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아빠 이찬(최현욱)과 함께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판타지 청춘 드라마다. 려운이 연기한 은결은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듣고 말하는 청인,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다. 말을 떼고부터는 가족들의 전담 통역사가 된다. 어린 시절, 부모가 농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을 때 동네 오래된 악기점을 운영하는 기이한 농인을 만나고, 기타를 통해 세상에 말을 거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사회 기득권이 돼 더 이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지 않는 가족을 만들기로 음악을 포기하기로 하고, 그 순간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부모님을 만난다. 은결은 아직 실청을 하기 전, 청춘 그 자체인 아빠와 암울한 가족사로 고립돼 있는 엄마를 이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회사에 은결 역으로 제안이 들어왔어요. 차 안에서 대본을 읽었는데, 한 번에 몰입이 되더라고요. 대본을 보면서 운 건 처음이었어요. 그 정도로 은결에게 공감이 됐고, 제가 잘 표현해보고 싶었죠. 정말 하고 싶은 캐릭터였습니다. 감독님께 왜 제가 은결 역으로 캐스팅된 건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은결이 신뢰가야 하는 캐릭터인데, 려운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신뢰를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감사하죠."

배우 려운이 서울경제스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은결은 이사할 때, 은행에 가서 대출 상담을 받을 때, 동사무소에 민원을 접수하러 갈 때, 경찰서에 갈 때 가족들의 통역을 한다. 어른들끼리 싸움이 붙으면 중간에 심판처럼 서서 말을 전하기도 한다. 은결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다.

"은결은 18살이에요. 18살의 인생이 있는데, 가족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죠. 그러다가 은유(설인아)를 만나면서 바뀌고, 자신을 찾아가게 돼요. 그런 은결이 많이 안쓰러웠어요. 자기 자신을 못 찾고, 가족만 생각하잖아요. 과거로 가기 전에 결국 음악을 포기하는 부분도요. 다시 18살을 찾아갈 때 귀여웠어요."

은결을 연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수어다. 려운은 수어, 대사, 감정표현 등을 한 번에 소화해야 됐다. 그는 작품 촬영 3개월 전부터 수어 센터에 다니면서 배웠다고. 처음엔 어려웠고,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앞섰지만 은결을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은결이 수어를 못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써온 말이니까요. 제가 못하면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것 같아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틈 날 때마다 집에서 연습하고, 대본에 나온 수어를 집중적으로 반복했죠."

배우 려운이 서울경제스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수어와 연기를 동시에 하는 건 어렵지 않았을까. 려운은 두 가지를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수어만 신경쓰면 연기가 조금 덜 신경 쓰이고, 연기만 신경 쓰면 수어가 틀렸다. 자연스럽게 나가야 되는 감정신이 특히 어려웠다"며 "대화할 때 호흡을 줄 수 있지만, 수어 때문에 감정을 끊을 수 없지 않냐. 또 격양된 감정에서 말은 빠른데 손이 못 따라가면 안돼서 손이 닳도록 연습했다"고 떠올렸다.

수어뿐 아니라 기타도 연습해야 됐다. 은결은 천재 기타 소년으로 음악을 꿈꾸는 인물이다. 려운은 수어 못지 않게 기타 역시 잘 쳐야 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기타를 잡게 된 그는 패기 있게 직접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직접 치려고 했는데, 은결이 천재라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소리를 잘 내기 위해 엉성한 폼으로 치면 안되잖아요. 소리는 녹음된 걸 하고, 제가 코드는 제가 직접 잡았어요. 폼 위주로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쿠스틱은 직접 쳤고요. 아버지가 22살에 밴드를 하셨어요. '잘했다'고 하셨는데 뿌듯했습니다."

배우 려운이 서울경제스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러브라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은결은 1995년에서 아빠의 첫사랑 세경(설인아)을 만나는데, 사실 세경의 딸인 은유가 은결과 마찬가지로 타임슬립한 것. 처음에는 세경인줄 알고 사랑에 빠진 은결이다. 그는 은결의 감정선을 잡기 위해 18살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그때는 나이 차이가 상관이 없잖아요. 선생님도 좋아하죠. 그냥 내가 좋으면 좋아하는 거니까요. 그러다가 은유란 걸 알게 된 거예요. 처음에는 호감으로 시작했고, 몇 번 마음이 가는 타이밍이 있었어요. 은유가 워낙 예쁘고, 사춘기 소년의 끓는 마음을 조절 못한 거죠. 그러다가 은유가 미국으로 유학간다고 했을 때, 확신이 생기고 다가가요."

수어, 기타, 진한 감정 연기까지 려운은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통해 많은 것에 도전했다. 앞선 작품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 정도로 열심히 한 건 처음이라는 려운은 한층 성장했다. 또래 배우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연기 스타일을 흡수했고, 코믹, 진지, 울분, 슬픔, 사랑 등 풍부한 감정선도 얻을 수 있었다.

배우 려운이 서울경제스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려운에게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청춘으로 남는다. 작품 자체가 반짝이는 청춘을 조명한 만큼, 려운은 촬영르 하면서 '이게 청춘인가?' 싶을 때가 많았다. 작품을 촬영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청춘을 떠올렸다.

"제 청춘은 고등학교 때예요. 연기학원에 다니면서 입시를 준비할 때죠. 듀엣을 하고, 뮤지컬 넘버를 듣고, 친구들끼리 돈 모아서 소극장을 빌려 공연을 올렸습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지금도 동기들과 얘기하면, 그때가 가장 힘들면서 열정적이었다고 해요."

"어떤 캐릭터든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물론 저한테 맞는 역할만 할 수 있지만, 제가 안 해보고, 저에게도 없는 부분을 가진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어요. 또 그걸 길게 오래오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랍니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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