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플라스틱 재활용, 韓 화학 르네상스 이끌 것"

김종성 2023. 11. 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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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울산 ARC' 통한 글로벌 성장 전략 등 미래 청사진 제시
글로벌 파트너 3사 "한국과 SK는 최적의 파트너…플라스틱 재활용 글로벌 시장 선점”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화학산업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기술을 보유한 '울산 ARC'를 통해 국내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겠습니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지난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최초 종합 재활용 단지인 '울산 ARC' 비전과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인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 착공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말에는 재생, 부흥, 부활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처럼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다시 쓰임새를 찾도록 하고 화학산업에도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다.

◇ "플라스틱 재활용 등 고부가 신사업으로 화학산업 위기 돌파"

국내 화학기업들이 중국의 범용 제품 생산 증가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으로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기후위기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경에 기여하면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나 사장은 지난 2020년 SK지오센트릭이 보유한 국내 최초의 화학공장인 납사분해설비(NCC)를 선제적으로 가동 중지했던 사례를 들며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NCC는 1972년 가동을 시작했고, 이후 회사의 상징이자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었다.

나 사장은 "글로벌 경기에 따른 수익성 변동이 큰 사업에서 벗어나 우리 힘으로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견고한 매출을 내던 공장을 끄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보다 변화에 대한 확신이 컸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를 기업문화에 적용하기 위해 사명도 'SK종합화학'에서 지구중심적 의미의 'SK지오센트릭'으로 변경했고, 회사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플라스틱 재활용, 고기능 신규 플라스틱 생산으로 기존 대비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혁신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ARC의 경쟁력으로 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페트(PET) 해중합을 한 곳에 구현해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도록 만든 점을 꼽았다.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플라스틱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을 찾고자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울산 ARC가 가동되면 매년 32만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 톤)의 약 9%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지오센트릭은 한국에 플라스틱 재활용 1호 공장을 설립하고, 추후에는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나 사장은 "프랑스에서는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받는 등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나 사장은 "아직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글로벌 고객들이 우리를 찾아오고 있으며 생산될 물량의 30%가량이 선판매 협의 단계"라며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수요가 공급보다 앞서는 시장이며 빠르고 확실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더스틴 올슨(Dustin Olson)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urecycle Technologies)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Daniel Solomita) 루프(Loop Industries) 사장, 잉 스테이튼(Ying Staton) 플라스틱에너지(Plastic energy) 부사장이 지난 14일 SK그린캠퍼스(종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 글로벌 파트너 3사, SK지오센트릭 기술력 높이 평가…"최적 파트너십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선점"

글로벌 화학적 재활용 기술 협력 파트너사 최고경영자(CEO)들도 SK지오센트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며, 울산 ARC를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 계획을 설명했다. 다니엘 솔로미타 캐나다 루프(Loop) CEO는 "SK지오센트릭과 울산 ARC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화학 제조업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SK지오센트릭은 루프에게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루프는 큰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해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로 페트(PET)를 재활용한다.

솔로미타 CEO는 "SK지오센트릭 그리고 프랑스 환경전문기업 수에즈(SUEZ)와 프랑스 생타볼(Saint-Avold) 지역에 부지 선정을 완료한 상태"라며 "100% 무한 재활용 가능한 새로운 플라스틱 수준의 재활용 페트(PET)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오는 2027년 시운전이 목표다.

더스틴 올슨(Dustin Olson)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CEO는 "한국은 제조업을 선도하는 국가이자 우수한 전문 인력을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PCT의 기술 시설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지역이라 판단한다"며 "SK는 제조업계 글로벌 리더이며 그중에서도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 특히 폴리프로필렌(PP)에 대해 당사와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이라 선택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올슨 CEO는 "PCT는 고순도 PP 추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을 저해하는 오염물질·색·냄새 등 잔여물을 완벽히 제거해 신규 제품에 준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별이 불가할 정도로 동등한 품질의 초고순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잉 스테이튼 (Ying Staton) 영국 플라스틱에너지 부사장은 "울산 ARC 구축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매립, 소각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을 위해 화학적 재활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플라스틱에너지는 열분해 기술로 폐비닐 등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스페인에서 공장을 운영 중으로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스테이튼 부사장은 "한국은 플라스틱 순환경제 분야에서 놀라운 리더십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며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중심으로 향후 아시아 및 글로벌 지역에서 최고의 기업이 될 것으로, 플라스틱 에너지는 당진 제2열분해 공장 건설 등 추가 협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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