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만톤 쓰레기가 금덩이로… 플라스틱 재활용단지 만든다

박한나 2023. 11. 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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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수(왼쪽 여섯번 째부터) SK지오센트릭 사장,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성민 국회의원이 15일 울산시 남구 SK이노베이션 CLX에서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울산 ARC 기공식'의 첫 시작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제공.
더스틴 올슨(왼쪽부터) PCT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다니엘 솔로미타 루프 사장, 잉 스테이튼 플라스틱에너지 부사장이 지난 14일 울산ARC 기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울산ARC의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제공.

SK지오센트릭이 울산에서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를 구축한다. 2026년 완공되는 이 공장에서는 1년에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의 9%에 해당하는 32만톤의 폐플라스틱이 매년 재활용된다. 태평양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섬 4개를 없앨 수 있는 규모다.

SK지오센트릭은 15일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내 21만5000㎡ 부지에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인 '울산ARC' 기공식을 개최했다.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국제규격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로 지어진다. 공사엔 총 1조8000억원이 투자된다.

이날 '대한민국 순환경제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열린 기공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김두겸 울산시장, 이승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나경수 사장 등이 참석했다.

나 사장은 "화학산업의 당면과제, 기후위기 등 시대적 변화 요구에 맞춰 새로운 역사를 열고자 한다"며 "화학산업의 위기가 거론되는 시기지만 울산ARC로 폐플라스틱을 새로운 자원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화학산업의 르네상스(부활)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매년 32만톤 재활용·3개 재활용 기술 총집합= 울산ARC가 2026년부터 상업생산을 본격화하면 매년 3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소각 또는 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톤)의 약 9%가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 사장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의 무게가 8만톤 규모인데, 그 쓰레기의 양이 울산ARC로 1년에 4번 재활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울산ARC의 경쟁력은 세계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한 곳에 모여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캐나다 루프사의 해중합 기술, 미국 PCT사의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기술, 영국 플라스틱에너지사의 열분해 기술의 각 공장이 세계 최초로 함께 들어선다.

나 사장은 "루프와 PCT는 기술적으로 경쟁할 만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플라스틱에너지 역시 세계적으로 상업성이 가장 앞선 기업"이라며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모아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했다.

루프는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로 품질과 성능의 저하 없이 무한대로 폐플라스틱을 순환해 재활용할 수 있다. 에비앙의 생수병을 비롯해 의류, 신발, 포장재 등에 사용되고 있다.

PCT의 고순도 PP 추출 기술은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을 저해하는 오염물질, 냄새, 색 등을 완벽히 제거해 신규 제품과의 구별이 불가능한 품질의 초고순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더스틴 올슨 PCT 최고경영자는 "기존 플라스틱 수준의 품질과 투명도는 저희만 가능하다"고 했다.

영국 플라스틱에너지는 열분해 업계 선두주자로 2016년부터 스페인에서 공장을 운영 중으로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내년에 사빅과 네덜란드에 2만톤 규모의 공장을 완공할 예정인데, 이번에 SK지오센트릭의 파트너사로서 한국까지 파이프라인을 넓힌 셈이다

◇"선판매 30%"·국내 이어 세계로도 진출= 나 사장은 울산ARC가 본격 가동되면 선판매 가격 기준으로 매출 7000억원과 영업이익 2000억원 이상의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 사장은 "공장을 짓기도 전이지만 재활용 플라스틱을 써야만 하는 규제 상황 등으로 글로벌 고객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수요 대비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장이어서 생산될 물량의 30%가 선판매 협의 단계"라고 했다.

나 사장은 '재활용 플라스틱이 기존 플라스틱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냐'는 우려에 대해 "재료(피드) 관점에서 폐기물을 가져오는 것이어서 납사 기반보다 저렴한 데다 오퍼레이팅 측면에서도 탄소배출량이 적다"며 "케펙스(설비투자) 측면에서 투자비가 들어가지만 피드와 오퍼레이팅에서 상쇄하고 있으며, 연간 4000억원의 에비타(EBITDA)가 발생하고 있고 추가 재무조달 계획도 확보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생애전주기평가(LCA) 데이터를 제공해야만 하는데 중국이 LCA데이터를 제공한 제품을 내놓기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영원히는 아니더라도 장기간 (SK지오센트릭이) 스페셜티로 취급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SK지오센트릭은 한국에 플라스틱 재활용 1호 공장을 설립해 국내 환경문제 해결에 먼저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폐플라스틱 확보는 수거와 선별 전문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다각화하는 등 재활용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공사에 약 2600명의 상시고용, 3만8000여명의 간접 고용효과, 울산 지역 간접 생산유발효과가 연 1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회사는 향후 유럽, 아시아,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유럽의 경우, SK지오센트릭이 루프, 수에즈와 프랑스 생타볼 지역에 부지 선정을 완료했으며, 2027년 시운전을 목표로 프랑스 정부의 지원 약속을 받는 등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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