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부모, 미 은행 동결자금으로 北 배상금 회수…국내 납북자 유족은 북한에 배상받을 수 있을까

홍주형 2023. 11.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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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은행 지원한 러시아 극동은행 동결자금으로 220만달러 회수
북한 저작권료 관리한 경문협에 대북 배상금 추심소송 진행 중
전시납북자 측 제기한 추심소송 3건 1, 2, 3심에 각각 계류
1, 2심에선 각각 “北 권리능력 없다, 저작권료 지급 합의 확인 안돼”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미국 은행에 동결돼 있던 북한 자금 약 220만달러(약 28억 6000만원)를 회수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북한 상대로 국내법원에서 승소한 전시 납북자, 국군포로 유족들이 북한의 저작권료를 관리하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의 자금을 북한 소유 자금으로 인정받고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남부 연방법원은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멜론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극동은행의 자금 220만3258억달러를 웜비어의 부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극동은행은 북한 고려항공의 대행기관으로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5월 고려항공에 대한 재정·물질·기술 지원을 제공한 혐의로 극동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뉴욕멜론 은행은 극동은행 소유 자금을 동결한 바 있다. 2019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오토 웜비어 북핵 제재 강화법’은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대상 자금에도 피해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했는데 연방법원이 이 법을 적용한 것이다.

웜비어는 2016년 관광으로 방문한 북한에서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됐다. 그는 이듬해 6월 혼수상태로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왔으나 엿새 만에 숨졌다. 유족은 북한 정권을 상대로 2018년 워싱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5억달러(약 6511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은 뒤 미국 내 은행들이 보유한 북한 동결자금 2000만 달러(약 260억 4000만원)의 정보를 소송을 통해 파악했으며 전 세계의 북한 자금을 추적해왔다. 앞서 유족은 유엔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선박의 매각 대금 일부와 뉴욕주 감사원이 압류한 북한 동결자금 24만 달러 등을 배상금으로 받은 바 있다.

‘국가전복음모죄’로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미국으로 송환됐으나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생전 모습.
전시 납북자 유족들도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한 뒤 경문협이 관리하고 있는 북한 저작권료에 대한 추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진행 중인 소송 3건이 각각 1, 2, 3심에 계류돼 있다. 국군포로 유족은 북한 상대 소송에서 승소했으나 아직 경문협을 상대로 한 추심소송은 보류하고 있다.

2004년 노무현정부 당시 만들어진 경문협은 북한으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아 국내 언론사나 출판사의 북한 저작물 사용에 대해 매년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 2005년 이후 매년 북측에 저작권료를 보내다가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북측에 송금하지 않고 있어 이 자금이 매년 법원에 공탁되고 있다. 이를 북한 소유 자금으로 보고 북한 상대 소송의 배상금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가 추심 소송의 주된 쟁점이다.

전시납북자들의 경문협 대상 추심 소송 중 가장 진행 속도가 빠른 납북자 A씨의 딸 B씨가 2021년 제기한 소송의 경우 1심은 북한의 권리능력과 소송당사자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기각됐다. 항소심은 경문협이 북한 저작물 사용료를 국내 이용자에게 받아 북한에 주기로 합의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 경문협의 손을 들어줬다. B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 5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나머지 소송 2건은 각각 1, 2심에 계류돼있다.

소송대리인인 구충서 법무법인 제이앤씨 변호사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권리 능력이 없다는 것은 경문협이 북한과 저작물 사용료와 관련한 위임 합의를 한 것을 볼 때 자기모순이고, 경문협과 북한 사이에 합의가 없다는 것은 (2008년 전) 사용료를 낸 영수증 등이 남아있는 것을 볼 때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전시납북자, 국군포로 등) 원고들이 대부분 고령이어서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북한을 상대로 3년 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북한이 대응하지 않아 승소가 예상되지만 실제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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