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살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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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6살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기대수명은 몇살까지 증가할 수 있을까? 인간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과학기술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자연수명은 38살 정도에 불과하다.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은퇴 뒤 여가활동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유지되는 기간은 1년 남짓이다.
150년을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가? 독자가 아닌 필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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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의 메타버스]
[메타버스] 김상균│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2023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6살이다. 1970년과 비교해 보면, 불과 50년 만에 기대수명이 20년 정도 늘어났다. 그럼 더 먼 과거인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 조선시대 왕의 평균수명은 47살이었다. 평민들의 경우는 평균수명을 30대 정도로 추정한다. 우리의 기대수명은 현대로 다가올수록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기대수명은 몇살까지 증가할 수 있을까? 인간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과학기술의 도움 없이 살 수 있는 자연수명은 38살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인류는 과학기술을 통해 스스로 인공진화의 시대를 연 셈이다. 올해 3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은 일본인을 기준으로 1950년대 출생한 사람의 기대수명이 118살에 달하리라 예측했다. 일부 학자들은 인간의 기대수명이 150살까지는 큰 무리 없이 증가하리라 얘기한다. 구글 자회사인 캘리코가 인간 기대수명을 최소 200살, 최대 500살까지 늘리겠다고 도전하고 나선 상황을 놓고 보면, 150이라는 숫자는 오히려 적게도 보인다.
필자는 이 상황을 놓고 대중 강연 때 청중들에게 묻는다. 몇살까지 살고 싶은지. 보통 90에서 100살 정도를 얘기한다. 100살 이상을 얘기하는 이는 드물다. 이쯤에서 한번 더 묻는다. 그렇다면 당신의 부모님이 만약 150살까지 살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은지. 청중들 표정에서 당황, 불안이 느껴진다.
수명은 현재진행형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50대에 은퇴하고 80살이 되면 떠나던 시대의 관점으로 국가정책, 사회시스템, 기업경영, 개인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업무차 만났던 모 지자체의 고위 관료는 해당 지역에 요양원, 실버타운을 지금의 두배 규모로 늘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기준으로 그런 시설의 규모가 부족하기에 세운 계획이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요양원에서 치료받을 대상, 실버타운에서 분리된 듯 살아가는 이들이 점점 더 증가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150년을 산다면, 인생의 절반을 실버타운에서 보내는 게 좋을까? 그런 사회, 삶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필자의 머릿속에는 디스토피아 에스에프(SF) 창작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클리셰인 거대한 장벽이 떠오른다. 장벽의 안팎으로 집단을 갈라서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 말이다.
늘어나는 삶의 여정을 보호, 분리의 대상으로만 지낼 수는 없다. 혹여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다고 해서 인생의 절반을 한가로운 여가로만 채우기도 어렵다.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살펴보면, 은퇴 뒤 여가활동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유지되는 기간은 1년 남짓이다. 젊음의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의 젊은 시절이 그렇듯, 그때의 젊은 시절도 한없이 꿈꾸고, 세상과 사람을 탐험하며 살아가야 한다. 꿈꾸지 못하고, 탐험하지 못하는 이에게 늘어난 젊음의 시간은 이제껏 마주하지 못한 재앙,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
국가, 사회, 기업, 그리고 개인의 차원에서 늘어난 젊음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어쩌면, 환경오염, 인공지능의 역습이 아닌 늘어난 젊음의 시간이 인류사회를 위협하는 가장 근거리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150년을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가? 독자가 아닌 필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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