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엔 이거 사려고 줄 섰었는데” ‘김혜수 불판’ 유명세 탄 회사의 믿기힘든 추락

2023. 11. 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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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마다 이거 사려고 난리였는데."

야심차게 도전한 의료기기 사업과 새로 시작한 2차 전지 사업은 안갯속이다.

적자 전환에 외부 자금 수혈도 막혔다.

자이글은 지난 4월 해외 2차 전지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유상증자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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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를 모델로 내세웠던 자이글 광고[네이버 블로그]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집마다 이거 사려고 난리였는데.”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린 불판이었다. 배우 김혜수까지 모델로 내세웠다. 홈쇼핑에는 물론 TV드라마에도 단골처럼 등장했다. 이런 불판 기업이 한 순간에 추락했다. 야심차게 도전한 의료기기 사업과 새로 시작한 2차 전지 사업은 안갯속이다. 적자 전환에 외부 자금 수혈도 막혔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자이글’이다.

자이글은 최근 공시를 통해 3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번 철회 결정은 유상증자 배정 대상자인 엑스티 이에스에스 펀드(XT ESS FUND)로부터 유상증자 철회 요청 공문을 수령했기 때문이다.

자이글은 지난 4월 해외 2차 전지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유상증자를 한다고 밝혔다. 이에 3월까지만 해도 4000원대였던 주가는 4월 들어 10배 가까이 뛰며 4만원대에 근접했다.

하지만 이후 5차례에 걸쳐 납입이 연기되며 결국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이번 유상증자 철회로 자이글은 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조치까지 당할 위기에 처했다.

자이글의 유상증자 실패는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유상증자 발행가보다 주가가 낮고 실적도 좋지 않다. 3분기 9억원 매출에 1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3분기 누적 영업적자는 56억원까지 늘었다.

자이글의 추락은 지난 팬데믹 기간인 2021년부터다. 2020년까지만 해도 180억원 매출에 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자이글 그릴 제품[자이글 홈페이지]

2008년 설립된 자이글은 2009년 출시한 ‘자이글 그릴’이 히트를 치며 대박이 났다. 적외선과 상부 직화 및 복사열을 활용해 요리하는 적외선 그릴로 고기를 구울 때 냄새와 연기가 없고 기름이 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주부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14년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하며 홈쇼핑 판매로만 500억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홈쇼핑 단일 판매 품목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기세를 몰아 201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17% 상승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에 회사는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2018년 물류센터와 R&D센터를 세우고 자체 쇼핑몰도 확장했다.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후 생활가전 제품을 확대했고 고주파 치료기기 등을 개발하며 헬스케어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했다. 2022년에는 미래를 준비한다며 2차 전지인 LFP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신사업으로 선택한 2차 전지 관련주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하락세다. 지난 4월 유상증자 소식에 3만원 후반까지 올랐던 주가는 최근에는 1만원 아래로까지 하락했다.

자이글 주가 추이[네이버증권]

회사의 효자 제품이었던 자이글 그릴 인기도 시들해졌다. 자이글 그릴의 올 3분기 매출은 15억원으로 전년 동기(37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수가 한 곡을 히트시키고 잊혀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쪽 업계에서도 한 개 제품이 대박난 후 그 뒤를 준비하지 못해 회사가 휘청거리는 경우가 있다”며 “잘 나갈 때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기 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음을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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