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진핑 묵는 호텔 뒤덮은 오성홍기..."주석님 오신다!" 들뜬 차이나타운

이서희 2023. 11. 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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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레지스 호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나란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오후 3시 30분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한 뒤 곧장 이 호텔로 향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중국계 거주 비율(약 28%)이 가장 높고, 차이나타운은 미국 내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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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시진핑, 나란히 샌프란시스코 도착
차이나타운, 미중 대화 재개에 부활 기대감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레지스 호텔 앞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지나가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레지스 호텔. 호텔 사방을 완벽히 가로막은 3m 높이 철제 가벽 뒤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든 사람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빨간 모자, 빨간 옷 등을 착용한 이들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미국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기 위한 인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이날 나란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오후 3시 30분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한 뒤 곧장 이 호텔로 향했다. APEC 공식 행사장인 모스코니센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내 최고급 숙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레지스 호텔 맞은 편에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중국 대표단 차량이 호텔 안으로 들어간 후에도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시 주석이 묵을 예정이란 소식에 아침부터 호텔 맞은편에 운집한 이들은 중국 대표단 차량들이 도착하자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시 주석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이들은 떠나지 않고 종일 호텔 앞을 지켰다. 재미중국상업협회 소속으로 전날 뉴욕에서 날아왔다는 한 여성은 "(시 주석의 방문은) 중국과 미국의 평화를 위해 기쁜 일"이라고 했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 등을 고발하는 시위도 주변에서 열렸지만, 경찰이 곧장 제지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사거리에 중국계 미국인인 청소 노동자들이 서서 대화하고 있다. 이들은 "차이나타운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종일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횡단보도. APEC을 앞두고 새로 칠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미국 최대 차이나타운, APEC 앞두고 '환골탈태'

호텔에서 약 1.2㎞ 떨어진 차이나타운은 차분하고 질서정연한 분위기였다. 혼잡한 차량 행렬과 불법 노점들로 어지러운 평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쓸고 닦고 있다"고 청소노동자는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그는 "몇 주 동안 시 당국이 차이나타운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며 근처의 횡단보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것도 며칠 전 새로 칠한 것"이라고 했다. 거리엔 청소노동자 외에도 노란 옷을 입은 이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APEC 기간 동안 차이나타운의 정돈과 안내를 돕겠다고 나선 자원봉사자들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시 주석 방문에 대한 기대감은 차이나타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었다. 블록마다 시 주석 환영 현수막이 내걸렸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중국계 거주 비율(약 28%)이 가장 높고, 차이나타운은 미국 내 최대 규모다.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가치인 다양성의 상징이었던 차이나타운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미중관계 악화가 겹치며 수년 동안 침체일로였다. 시 주석의 방문과 미중 대화 재개를 통해 활력을 되찾는 것이 이 지역 사람들의 바람이다.


'좀비 도시' 탈출하려... 샌프란시스코, 도심 대청소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도로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평소 노숙자들이 많고 지저분한 곳이지만, 깨끗하게 정비된 상태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샌프란시스코시는 APEC을 통해 '좀비 도시' 이미지를 떨쳐내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벼른다. 이를 위해 한 달 이상 도심을 대대적으로 청소했다. 거리를 점령하고 있던 노숙인들을 도시 외곽으로 이전시키고, 이들의 집과 같은 텐트를 철거했으며, 물 청소로 이들의 흔적을 제거했다. 청소와 정비 작업은 정상회의 하루 전인 14일까지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 도심 최대 상권인 유니온스퀘어에서 만난 대니얼 러스는 "그 많던 노숙인이 사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악취 없는 거리가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APEC은 유엔 조직을 위해 51개국 대표단이 모였던 1945년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 행사다. APEC 기간에 21개국 정상들을 포함해 약 2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약 3,650만 달러(약 476억 원)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페어몬트 호텔 앞을 높은 철제 가벽이 가로막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묵을 것으로 알려진 호텔이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샌프란시스코=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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