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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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원과 사각형 등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와 원색의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회화인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시를 기획한 전유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15일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도시화와 근대화, 산업화와 연계된 미술로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국 기하학적 추상의 출발점을 근대기로 확장하고 독자성을 밝히며 숨은 의미를 복원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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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점과 선, 원과 사각형 등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와 원색의 색채, 화면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회화인 기하학적 추상미술. 흔히 피에트 몬드리안이나 바실리 칸딘스키 같은 서구 작가들이 먼저 이야기되지만, 한국에도 독자적 방식으로 기하학적 추상 미술을 시도한 작가들이 있었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1960∼1970년대에는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기도 했지만 서구적이고 장식적이라는 평가 속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영역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6일 개막하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전은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추상작가 47명의 작품 150여점과 아카이브를 통해 그동안 한국 미술사에서 비교적 소외돼 왔던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조명한다.
1930년대 말 김환기와 유영국의 기하 추상이 등장하기 전 이미 당대의 경성에서는 디자인 영역에서 기하학적 추상이 발견된다. 1929년 2월 극장 단성사가 영화 홍보를 위해 만든 '단성주보' 300호의 표지에는 영화 등장인물 대신 기하학적인 추상 이미지가 등장한다. 1929년 6월 잡지 '중성'의 표지에 실린 기하학적 디자인은 시인 이상의 작품이다.
1957년에는 독일의 바우하우스를 모델로 한 화가와 건축가, 디자이너의 연합 그룹인 '신조형파'가 결성된다. 이들은 당시 한국전쟁 이후 국가재건기에 적합한 미술은 합리적인 기준과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기하학적 추상미술이라고 생각했다. 전시에서는 신조형파를 주도한 변영원과 김충선 이상욱, 조병현 등의 작품과 역시 회원이었던 건축가 이상순이 찍은 당시 활동상을 담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에서는 질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한 엄격한 기하학적 형태보다는 산이나 바다, 달 같은 자연의 형태를 단순화하는 데서 발전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김환기나 유영국 같은 1세대 추상미술 작가들이 대표적이다.
기하학적 추상은 1960년대 후반부터 세대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퍼져나갔다. 당시 기하학적 추상미술과 옵아트(착시 현상을 이용해 리듬감과 조형미를 느끼게 하는 예술)가 유행하던 세계 미술계 동향에 대한 반응이자 이전 미술계를 지배한 엥포르멜(비정형) 미술의 대안을 찾는 시도가 맞물린 결과였다.
박서보나 하종현 같은 대표적인 단색 화가들도 이 시기 기하학적 추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박서보는 1960년대 후반부터 오방색과 한국의 전통 패턴을 연상시키는 '유전질' 연작을 작업했고 하종현도 1960년대 말 도시의 모습을 시각화한 '도시 계획 백서' 같은 기하학적 추상 작품을 그렸다.
1969년 7월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을 계기로 한 우주시대 개막과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변영원은 선과 색만으로 이뤄진 추상미술이야말로 미래의 원자시대를 대변한다고 여겼고 김재관은 자신의 작업에 원자력이나 핵에너지의 힘을 상징하는 '파워'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 발굴돼 공개되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윤형근이 1969년 제10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 '69-E8'은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작가 작업실에서 둘둘 말린 채로 발굴돼 이번에 공개된다. 최명영이 1967년 '한국청년작가연립전'에 출품했던 '오(悟) 68-C'와 이승조가 1970년 제4회 '오리진'전에 출품한 '핵 G-999'는 각각 당시 전시 이후 이번 전시에서 50여 년 만에 처음 공개된다.
전시를 기획한 전유신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15일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도시화와 근대화, 산업화와 연계된 미술로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국 기하학적 추상의 출발점을 근대기로 확장하고 독자성을 밝히며 숨은 의미를 복원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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