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채로 풀어낸 남미 신화 속 옥수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무제(Untitle)'의 시대에 '제목 장인'이 등장했다.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의 전매특허가 된 건 제목 없는 그림이다.
그림마다 신화적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고, 그 사연이 궁금해진다.
폭풍우가 몰이칠 것 같은 그림인 '무거운 하늘'에서는 "인물이 자연과 풍경의 상태를 대변하는 것처럼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연·인간 관계 그린 신작들
개막 전에 '완판' 기록 세워
'무제(Untitle)'의 시대에 '제목 장인'이 등장했다.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의 전매특허가 된 건 제목 없는 그림이다. 관람객의 주관적 해석을 가로막는 일방적 해석을 거부하려 작가들은 제목은커녕 작품 설명조차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학고재 본관에서 12월 9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구리와 손'에 걸린 박광수(39)의 신작 30점에는 모든 작품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이 달렸다. '다 컸네' '별 수 없지' '매일의 X' 등에선 체념하는 MZ세대 특유의 위트도 느껴진다.
손이 빨라 100호가 넘는 대작들을 올해 그렸다는 작가는 유채로 그린 대작 앞에서 "작품 구상을 하며 '만들어진 자'와 '만드는 자'라는 관계를 생각했다. 작가와 제작자, 인간과 신,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유사성을 발견했고 작품을 통해 이런 관계성을 변주해봤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분류법에 따르면 그의 신작은 모두 '인물 구상'에 해당한다. 태곳적 원시림 같은 흉폭하고 거침없는 자연 속에 뚝 떨어진 인간. 헝클어진 머리에 나체인 청년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알 수 없다. 큰 손과 발을 갖고 자연과 투쟁하는 듯한 인물을 그린 그림은 하나같이 화려한 색채의 향연으로 눈길을 1초 만에 사로잡는다. 그림마다 신화적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 같고, 그 사연이 궁금해진다.
트렌디한 이 수백만 원대 그림들은 8일 개막도 하기 전에 '완판'됐다. 작년 학고재 그룹전과 올해 아트부산, 키아프 등에서 꾸준히 소개되며 눈 밝은 컬렉터의 선택을 일찌감치 받은 것이다.
숲과 정령을 그리는 작가라는 첫인상을 받지만 과학과 문명에 관심이 많다. 이 이질성의 충돌이 만드는 서사성이 박광수 작업의 특징이다. 간판 작품 '구리와 손'은 작가의 오랜 관심인 구리가 주인공이다. 작가는 "인류 문명에서 중요하고 기원전 9000년부터 다뤄온 가장 오래된 이 금속은 인간의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하는 재료다. 마침 화방에서도 구리의 색에도 매료돼 캔버스에 구리의 색을 입혀봤다. 구리는 표면적으로 반짝이고 산화하며 연청색으로 변해 가는 게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인물을 찾은 다음에는 자연과의 관계를 통해 서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폭풍우가 몰이칠 것 같은 그림인 '무거운 하늘'에서는 "인물이 자연과 풍경의 상태를 대변하는 것처럼 그렸다"고 설명했다. '옥수수의 기억'에는 강원도 철원 출신인 작가의 어릴적 기억을 되살려 거대한 괴물처럼 뻗은 옥수수와 인간을 그렸다. 작가는 "구리 안료를 많이 써서 남미 신화 속 인간이 옥수수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조형예술과 교수인 박 작가는 변신을 거듭해왔다. 2021년 이전에는 흑백 그림만 그렸던 그는 채색화를 그리면서는 극단적으로 색감을 다채롭게 쓰고 있다. 12년 전부터 붓을 직접 만들어 사용해온 그는 이번 신작에서 처음으로 아크릴화를 벗어나 유화에 도전했다.
[김슬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여보, 이번엔 진짜 차 바꿔야해”…25년만에 나온 ‘아빠들의 로망’ [시승기] - 매일경제
- “망했다” 집에서 빈대 나왔다면…살충제보단 ‘이것’ 해야 효과적 - 매일경제
- 29세 직장인, ‘전국 빈대 현황판’ 만들었다…최다 출몰 지역은 - 매일경제
- “라면 몸에 안좋아” 잔소리하던 엄마…박스째로 사들고 온 이유는 - 매일경제
- “완전 뜻밖이네”…‘중국판 블프’ 광군제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 매일경제
- 125억 ‘체납왕’이 사는 동네는…체납자 9728명 명단 공개 - 매일경제
- [단독] “로또라더니 버려?”…반값아파트 당첨자 셋 중 한명은 포기 왜 - 매일경제
- [단독] “떼돈줘도 중국엔 안팝니다”…해외직구 차단하는 업체들 무슨 일? - 매일경제
- 불황은 불황이네...롤렉스 명품시계 중고가격도 42% ‘뚝’ - 매일경제
- ‘3골 1도움 폭발’ 황희찬, 울버햄튼 10월 이달의 선수 등극! [공식발표]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