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은 드라마, 살벌하지만 눈물나요"
베일에 싸인 여성가수 33명
경연 통해 국가대표 7명 선발
내년 2월엔 日대표들과 대결
전PD "진짜 서바이벌 펼쳐"
서대표 "트로트 해외진출 지원"
"때로는 휴대폰이 둔기로 변할 수 있습니다."
서혜진 크레아 스튜디오 대표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 옆 멍자국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남들이 재미있다는 동영상을 거의 다 찾아봐요. 근데 불꺼진 침대에서 아이디어를 고민하며 끝없이 동영상을 찾아보다 하필 떨어뜨린 휴대폰이 제 눈 옆을 스친 거죠. 보이시죠. 이 멍 자국. 바빠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지만 쉬는 것도 쉬는 게 아니랍니다."
1997년부터 25년 넘게 대박 TV 프로그램을 만들어왔고, 2022년 오디션 리얼리티 전문 콘텐츠 제작사 크레아 스튜디오를 설립한 그의 성공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다.
지난해 MBN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으로 가요계 돌풍을 일으킨 그가 이번에는 '트로트 한일전'에 나갈 대표 가수를 선발한다. 현역 가수들의 '계급장을 뗀 경쟁'을 통해 여성 트로트 국가대표 7인을 뽑는 MBN '현역가왕'이 오는 28일 밤 10시 첫 전파를 탄다. 경연자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신비주의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심사위원은 가수 남진, 심수봉, 주현미, 신유, 박현빈, 이지혜, 빅뱅 출신 대성, 작곡가 윤명선이 나서고 방송인 신동엽이 진행을 맡는다. 신동엽은 경연 프로그램을 다년간 진행해 왔지만 트로트는 첫 도전이다.
최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서 대표는 "트로트 오디션 콘텐츠를 개발한 지 5년이 되어간다. 이제는 더 나아가 전혀 다른 기획으로 트로트 가수들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줘야 할 때"라며 '현역가왕' 기획 취지를 밝혔다.
"사실 트로트 가수들이 내수 시장이 있다보니 국내 성인이 즐길 만한 콘서트 등을 만드는 데 머물러 있어요. 과거 엔카와 비슷하다고 해서 일본 시장에 도전했지만 엔카 역시 시장이 좁고 그 특유의 틈을 파고들기 힘들었죠. 그러니 아예 해외 시장 진출 자체를 포기하고 내수형 상품이 된 것 같아 매우 아쉬웠습니다."
이 부분이 안타까워 일본 콘텐츠 제작자들을 만나 새로운 경연 프로그램을 얘기하다가 일본의 버블과 버블 붕괴시대를 관통하는 1970~2000년대 초 노래를 재정의하자고 했다. 결국 '엔카'는 너무 좁은 정의이고, '가요'는 너무 넓은 의미라 일본에서도 '트로트'라고 명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으로 트로트의 부흥을 함께 이끈 전수경 PD가 크레아 스튜디오에 합류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다. 전 PD는 "'현역가왕' 첫 녹화를 하고 이전의 것과는 아예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확신했다"며 "파격적인 예선 평가 방식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고, 내로라하는 현역 가수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살벌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며 녹화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서바이벌 음악쇼를 선사하기 위해 모든 제작진이 사명감을 갖고 전력투구 중이다. 전 PD는 "찐하게 경쟁하다가도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진짜'라고 생각했다. 진짜 드라마, 진짜 서바이벌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서 대표도 "이 경연에 임하는 출연자의 마음이 진짜인가, 그걸 어떻게 내가 찍어서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게 진심이고 저희가 제대로 보여주게 되면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진심이고 이번 '현역가왕'에서 33인의 현역 트로트 여가수들이 초대형 무대를 꽉 채운 화끈한 진짜를 보여주겠다는 게 그의 포부였다. 서 대표는 "아마 일본 가수들과 겨룰 트로트 국가대표라는 말이 더욱더 그 진심을 끓어오르게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일본에선 지난달 25일부터 '트롯걸 인 재팬(Trot girl in Japan)'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녹화가 진행 중이다. 일본 방송사 후지티비 자회사인 제작사 넥스텝에서 제작되며, 일본 최대 위성방송 와우와우, 동영상 플랫폼 아베마까지 총 3개 채널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여기에서 탄생한 일본 톱7은 MBN '현역가왕'에서 배출되는 톱7과 '한일 트롯 가왕전' 무대에서 내년 2월에 맞붙게 된다.
서 대표는 "일본에서도 10대부터 50대까지 각 분야의 여성들이 서바이벌에 참여하고 있다"며 "예선을 거친 65명이 경쟁을 시작해 현재 4회분의 녹화를 마쳤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여성 가수들이 오디션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참가자들이 몰리며 당초 예고했던 3개월에서 2주 정도를 더 연장해 참가자를 모집했다. 우리나라에서 5년 전 서바이벌 경연이 처음 도입됐을 때 불붙던 관심이 일본에서도 재연되는 셈이다.
인터뷰 내내 서 대표는 "요즘 뭐가 재밌냐"고 질문했다. 자신이 본 프로그램에 대한 감상평을 들려주며 상대방은 어떻게 느꼈는지를 물어보는 게 오랜 습관 같았다.
"요즘 가수 이효리가 진짜 같더군요. 유튜브에 나와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 대뜸 '나는 사람을 진짜 사랑했으면 좋겠어'라고 답하더라고요. 남편을 사랑하고, 강아지를 사랑하고, 제주 애월을 사랑하고, 환경을 사랑하고 계속 노력을 해도 결국은 사람이 자기만 사랑할 수도 있지만 이효리는 노력해서 '남을 사랑하게 됐구나'라고 느끼게 만든 거죠."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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