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앞두고 ‘채용 취소’ 날벼락…“누가 보상해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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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최 모 씨는 첫 마디를 이렇게 뗐습니다.
그리고 3차 전형인 실무면접을 준비하고 있던 어제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자금 사정이 극도로 어려워졌다는 회사 측 설명이 사실이라면, 채용 취소는 불가피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변수는 동일했는데 채용을 결정했다가, 같은 변수를 이유로 채용을 취소했다는 점은 인력 운용 계획이 깜깜이로 이뤄진다는 자기 고백과 다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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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면 다른 회사에 더 집중할 걸 그랬어요"
26살 최 모 씨는 첫 마디를 이렇게 뗐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KBS에 제보를 넣었다고 했습니다.
최 씨는 취업준비생입니다. 최근 한 유통업체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했습니다. 2차 전형까지 마치고, 실무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 메일 제목 : 23년 대졸 공채 전형 취소 안내
어제(14일) 메일 한 통이 왔습니다. 갑작스러운 내용이었습니다. 지원했던 회사가 채용을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는 거였습니다.
갑자기? 왜?
이유는 짤막했습니다. '내·외부 경영 이슈'라는 한 줄이 전부였습니다.
■ 메가마트, 한 달 만에 '채용 취소'
최 씨가 지원한 회사는 메가마트입니다. 수도권 시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영남 지역민들에겐 익숙한 대형마트입니다.
점포 대다수가 부산, 경남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한 해 매출은 5천억 원 안팎. 직원은 천 이어 명. 설립 40여 년 지난 중견기업입니다.
메가마트는 농심그룹의 계열사입니다. 농심 창업주인 故 신춘호 회장의 3남인 신동익 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습니다.
10월 5일 메가마트는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냅니다. 1차는 서류 전형. 최 씨는 1차 전형을 통과하고 2차 전형까지 치렀습니다.
2차 전형은 인성검사와 포트폴리오 제출이었습니다. 메가마트의 생존전략을 묻는 과제, 제출 기한은 일주일이었습니다.
최 씨는 유통업의 현황과 메가마트의 특징을 분석해가며 어렵게 과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3차 전형인 실무면접을 준비하고 있던 어제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정리하면, 10월 초에 채용 공고 그리고 11월 중순 채용 취소. 한 달 남짓한 사이에 어떤 급박한 경영 이슈가 있었던 걸까요.
■ 메가마트 "점포 폐점으로 경영 악화"
메가마트 측 설명은 이렇습니다.
매출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부산 남천점이 내년 5월 폐점하는 탓이라는 겁니다. 일종의 캐시카우(Cash Cow, 현금창출원)가 없어지는 만큼 회사의 돈줄이 막힌다는 설명입니다.
신규 채용은 커녕 기존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검토해야 하는 단계라고 했습니다.
이번 채용 취소로 피해를 입은 지원자들이 다시 메가마트에 지원하면, 기존에 통과했던 전형은 자동 합격 처리할 방침이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 깜깜이 인력 계획…애먼 취준생만 피해
자금 사정이 극도로 어려워졌다는 회사 측 설명이 사실이라면, 채용 취소는 불가피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채용을 중단하는 것이 법에 위배되는 일도 아닙니다.
다만, 따져볼 부분은 남습니다.
웬만한 회사는 연간 단위로 인력 계획을 세웁니다. 필요한 인력이 몇 명쯤이고, 퇴사 등으로 이탈한 직원이 얼마쯤이니, 몇 명을 새로 뽑자고 결정합니다. 연간 경영계획에 주요 사항으로 반영됩니다.
문제는 메가마트 측이 사유로 든 남천점 폐점이 갑작스런 '사건'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예정된 '계획'이라는 점입니다.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이미 감안할 수 있었던 변수라는 점입니다.
변수는 동일했는데 채용을 결정했다가, 같은 변수를 이유로 채용을 취소했다는 점은 인력 운용 계획이 깜깜이로 이뤄진다는 자기 고백과 다름 없습니다.
애먼 취업준비생들만 무형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회사 측이 정확히 밝히지 않지만,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은 지원자는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한 명인 최 씨는 '무엇이 가장 화가 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다른 회사 면접을 준비하며 메가마트 과제도 병행했습니다. 다른 회사 전형에 더 집중할 시간을 뺏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성 검사와 포트폴리오 작성에 들인 시간과 정성은 누가 보상해주나요?"
"간절하게 구직하는 취준생들에게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런 일이 있어도 어디 알릴 곳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제보를 하게 됐습니다."
그래픽 : 정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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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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