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아들 버린 중국인…편지엔 "환경 좋은 한국서 잘 살아"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제주에 입국한 뒤 9세 아들을 공원에 버린 30대 중국인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5일 뉴스1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배구민)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국 국적 A씨(37)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8월 25일 오전 6시13분쯤 서귀포시의 한 공원에서 아들 B군(9)과 함께 노숙하다 B군이 잠든 틈을 타 다른 곳으로 떠났다.

홀로 남겨진 B군 옆에는 영어로 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해당 편지에는 '중국보다 환경이 나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다행히 B군은 2시간 만인 당일 오전 8시쯤 순찰 중인 공무원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이튿날 서귀포시에서 A씨를 붙잡았다.

수사 결과 A씨는 B군을 한국에 유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같은 달 14일 B군과 함께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국 입국 후 일주일은 숙소에서 지내다 22일부터는 노숙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가 진행될 동안 아동보호시설에서 머물던 B군은 친척에게 인계돼 지난 9월 7일 출국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유기 고의성은 부인했다.

A씨 측은 "피고인은 디스크 판정 등으로 수입이 끊기자 중국 아동보호시설에 아들을 맡기려고 했는데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한국 아동복지시설도 아들을 맡아주지 않으면 아들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아들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과 피고인이 현장에 남긴 편지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범행 내용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