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고체연료 엔진’ 개발

두 차례 지상 분출 시험 “대단히 만족”
중거리 계열 늘리며 은밀·기동성 강화
‘미 전폭기 출격’ 괌 겨냥 억제력 과시
북·러 연계 및 군사정찰위성용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지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고체연료 엔진을 개발해 시험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은밀성과 기동성을 강화한 새로운 종류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만들어 미국 전략폭격기가 출격하는 미국령 괌 지역에 대한 위협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또다시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새형의 중거리탄도미싸일용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들을 개발하고 1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 분출 시험을 11월11일에, 2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 분출 시험을 11월14일에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며 “새형의 중거리탄도미싸일 무기 체계의 개발을 믿음직하게 다그칠 수 있는 확고한 담보가 마련되였다”고 밝혔다.

고체연료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개발은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과 더불어 올해 주요 미사일 체계 개발 과제라고 통신은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미사일총국은 “이번 시험은 나라 앞에 조성된 엄중하고 불안정한 안전 환경과 적들의 군사적 공모 결탁 책동이 더욱 악랄하게 감행될 전망적인 지역의 군사 정세에 대비하여 공화국 무력의 전략적인 공격력을 보다 제고하기 위한 필수적 공정”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장거리·준중거리·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비해 종류가 제한적인 중거리탄도미사일 계열을 보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 기반 ‘화성-12형’과 ‘무수단’ 정도다. 액체연료보다 주입 시간이 짧고 운반이 쉬운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하면 한·미 정찰자산의 감시를 피해 기동성 있고 은밀하게 미사일을 쏠 수 있어 위협적이다.

현시점에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공개한 것은 강화하는 한·미 대북 압박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 3000~5500㎞ 사거리를 고려하면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서태평양에 있는 미국령 괌을 겨냥하는 용도다. 한반도로 전개하는 미 전략폭격기는 주로 괌 기지에서 출격한다.

최근 미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빈번하게 출몰하는 상황은 북한에 부담이다. 미 B-52H 전략폭격기는 이날 서해 상공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참가했다. 지난달에는 역대 처음으로 국내 공군기지에 착륙했으며, 역대 처음으로 실시된 한·미·일 연합공중훈련에도 나타났다. 한·미는 지난 13일 열린 55차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을 계기로 미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이번 엔진 시험 결과를 토대로 신형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로 고체연료 엔진 분출 시험을 진행하고 지난 2월 고체연료 신형 ICBM ‘화성-18형’을 공개했으며, 두 달 뒤인 지난 4월 ‘화성-18형’ 첫 시험 발사를 단행했다.

러시아가 이달 초 대륙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태평양 인근 극동 지역의 캄차카반도로 시험 발사한 상황에서 북한도 서태평양에서의 대미 억제력을 과시하며 양국 군사적 연계를 연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미·중 정상회담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점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북한이 엔진 등 기술적 문제로 두 차례 실패하고 세 번째 추진 중인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이번 중거리탄도미사일 고체연료 엔진 시험이 위성 발사용이 포함된 이중 목적일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위성 발사에는 탄도미사일 기술이 활용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10월로 공언한 발사일이 미뤄지는 가운데 최근 엔진과 발사 장치 점검 등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