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도 셧다운도 가셨다…“이제는 ‘금리 인하’, 관건은 시점”
인하 시점 전망 분분…“늦어도 내년 하반기엔 인하”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한국 시간으로 14일 밤 10시30분 글로벌 투자 시장을 들썩이게 한 발표가 나왔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돈 것이다.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배경으로 높은 물가를 꼽아왔다. 때문에 미국의 물가 둔화가 수치로 확인된 이날부터 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초점은 금리 인하 시점으로 쏠린다. 시장에선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관마다 구체적인 인하 시점이나 인하 폭 전망치를 다르게 내다보고 있지만,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12월 금리 동결 확률 100%…내년부터 인하 시작"
미 노동부가 공개한 10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전월 상승률(3.7%)은 물론 시장 예상치(3.3%)를 크게 밑돈다.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CPI(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지표)는 4.0%로, 이 역시 예상치(4.1%)보다 낮게 집계됐다. 근원 CPI는 연간 기준 2년 만에 최저치다.
미국의 물가 상승 속도가 진정되면서, 시장에선 '금리 정점론'이 힘을 받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12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한 때 100%까지 반영했다. 연준의 금리동결을 사실상 확신한다는 의미다. 금리 선물 시장에선 내년 5월부터 연준이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이상 낮출 확률이 높고, 내년 12월엔 1.0%포인트 이상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인 인하 시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내년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는 것은 공통된 전망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연준이 이르면 내년 3월 금리 인하를 단행해 내년 말 2.5~2.75%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6월부터 금리가 떨어져, 2025년 말 2.375%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4분기에서야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면서도, 2026년까지는 3.5~3.7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시장이 주시하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중지)' 위기도 한 풀 꺾였다. 미국 하원이 간밤 본회의를 열어 내년 1~2월까지 사용할 추가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기존 예산안 데드라인은 오는 17일 자정까지였다. 이날 임시 예산안을 가결하지 못했다면 셧다운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곧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게 공통된 평가다. 이번 임시 예산안에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견을 보이던 이스라엘 및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나 국경 통제 강화 예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필수 예산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 급한 불을 끄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벌써 축포 터트린 시장…연준은 "확신 못 해"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던 각종 우려가 해소되면서 글로벌 시장엔 훈풍이 감돈다. 미 CPI 발표 이후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연 4.45%로 0.19%포인트 급락했다. 그 영향으로 간밤 미국의 3대 증시도 강세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4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9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37% 급등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 4월27일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나란히 1%대 강세로 출발했다. 증권시장에 진입하고자 '총알'을 준비하는 이들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47조9000억원 수준으로 열흘 전보다 3조2000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 외국인 유입도 증가했다. 전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1조5000억원, 코스닥 7200여억원을 순매수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데이터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상 작업이 끝났으며 내년부터는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상승 마감했다"며 "국내 증시는 위험자산 선호 속 원-달러 환율, 국채수익률 하락 및 외국인 수급 유입 등 기대로 상승 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 당국은 연일 '금리 인하 기대는 섣부르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오전 CPI 발표 이후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순탄하게 둔화하는 경로를 보일 것으로 확신하지 못한다"며 "주거비와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역사적인 수준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인플레이션을 2%로 지속해 낮추는 과정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인플레이션 속도가 둔화하는 것에 고무돼 있지만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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