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상권지형 … 오프라인 체험형 점포로 승부봐야"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3. 11. 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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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전무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전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코로나19 기간 동안 역설적이게도 오프라인 상권의 필요성이 증명됐어요. 쇼핑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팬데믹이 오프라인의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 거죠."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김성순 전무(리테일 서비스)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실제로 사람을 만나 부대끼면서 경험을 해야 행복을 느낀다는 점을 알게 됐고, 오프라인 점포들은 물건보다 경험을 파는 역할로 빠르게 넘어가게 됐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전 세계 60여 개국에 260여 개 지사를 보유한 쿠시먼은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업용 부동산 용지를 선정하고 상가 기획, 임차인 선정, 계약, 운영 등까지 포괄한다. 2008년부터 쿠시먼에 합류한 김 전무는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마케팅팀과 삼일회계법인 전략컨설팅팀 등을 거친 컨설팅 전문가다.

김 전무는 최근 몇 년 사이의 팬데믹과 엔데믹이 서울 도심의 상권 지형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끊긴 사이 높은 공실과 침체를 면치 못하던 명동과 홍대 등 전통 상권들은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앞세워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젊은 세대의 활동 거점으로 급부상한 성수동과 한남동은 '힙스터 성지'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는 "리테일 시장은 과거의 거점형 다점포 전략에서 최근 체험형 대규모 점포 전략으로 바뀌었다"며 "여러 종류의 오프라인 스토어의 기능을 탑재한 '메가 매장'이 나타나는 게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특정 브랜드가 매장을 강남이나 홍대 등 상권별로 여러 개 출점했다면, 이제는 매장 수를 대폭 줄이는 대신 하나의 매장을 일종의 '작은 테마파크'처럼 다채롭게 꾸며 내실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동의 나이키·애플·아디다스·룰루레몬 등의 브랜드가 엔데믹에 발맞춰 체험형 요소를 넣어 매장을 확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김 전무는 홍대와 명동을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빗댔다. 그는 "코로나 때 글로벌 관광지들이 모두 폐허가 됐지만 지금 다시 원상복구됐듯, 한국의 전통 관광상권의 경쟁력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팬데믹 때 새로운 오프라인 점포를 준비하지 않은 브랜드들은 이제는 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권이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최근 떠오르기 시작한 성수와 한남 등 신흥 상권에 대해서는 "강남이나 명동이 상권의 터줏대감이라면, 성수는 미래"라며 "앞으로도 성장이 몇 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30대 젊은 층이 먼저 지역을 방문한 뒤 브랜드들이 뒤따르면서 발전이 계속되고 있고, 강남이나 서울 중심부와도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단위로 점포가 바뀌는 일반 상권과 달리 수시로 구성이 바뀌는 팝업스토어가 주를 이루는 점도 상권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요소다. 김 전무는 "성수나 한남이 더 이상 핫하지 않게 될 수는 있겠지만, 상권의 지속적인 성장은 '핫함'과 다른 개념"이라며 "특히 성수동은 면적이 넓어 아직 임대료가 낮은 편이고, 대기업과 외국계 글로벌 브랜드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흥 상권의 구조적 병폐로 주목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서도 김 전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있어서 망하는 상권보다, 없어서 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며 불가피성을 지적했다. 상권도 사람의 생애주기처럼 발달 정도에 따라 적절한 입점 업체들이 들어와야 지속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일부 '힙한' 식음료 업장으로 주목받은 상권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시기에 패션·뷰티, 가전 등 대형 업체들이 유입돼야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전무는 "평범한 소비자들도 부동산 시장에 소액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특히나 리테일 시장은 먹고 마시는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누구나 관심을 갖고 알아보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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