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장 “러시아가 나를 지명수배한 건 정치적 행위…임무 다할 것”
“러시아 정부가 저를 지명수배한 것은 정치적인 행위입니다. 저를 비롯해 국제형사재판소(ICC) 구성원들은 맡은 바 임무를 다 할 것입니다.”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ICC 소장은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러시아가 자신을 포함해 ICC 재판관 6명을 지명수배한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만큼 유죄 입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ICC는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ICC 전체 재판관 18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6명을 지명수배 명단에 올리며 반발했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간 전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관련해 ‘어떻게 균형있게 다룰 것이냐’는 질문에 “ICC는 국가나 단체간 분쟁에 대해선 다룰 수는 없고 개인이 저지르는 중대 범죄를 조사하는 기관”이라며 “ICC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거나 팔레스타인 국민이 저지른 범죄를 조사할 수 있다. 개인의 범죄에 초점을 맞춰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또 ‘판사로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자체가 고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람이 희망을 가질 수 없게 하는 환경 요소 자체가 처벌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어떤 의견이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며 “아시아만 봐도 공통적인 의견 수렴이 이뤄지지 않아 각 국가가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사형제에 대해선 “인권 측면에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사형수가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채 감옥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고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유럽 등 일부 국가는 사형을 금지한다”고 했다. 이어 “ICC는 전범 등 중대 범죄를 다루지만 사형을 선고하진 않는다”며 “그렇다고 해서 ICC가 당사국에 사형제를 금지하라고 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근 국내에서 흉악 범죄가 잇달아 터지면서 “사형 집행 중단이 범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사형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장기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북한 내 인권 문제에 대해선 “ICC 관할권이 없어 현실적으로 조사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관할권이 없는 국가에 대해선 유일한 방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치는 것인데, 안보리 구성 등을 살폈을 때 현실적으로 조사가 이뤄지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열린 ‘ICC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급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지난 13일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한국은 ICC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규범 선도 국가”라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국은 ICC 설립 근거인 ‘로마 규정’을 비준한 전 세계 123국 중 ICC 분담금 납부액이 일곱 번째로 많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로마 규정을 비준한 나라는 19국뿐이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한국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더 많은 아태지역 국가들이 ICC에 참여해 국제형사법에 대해 논의하고, 법치·평화·안보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폴란드 판사 출신으로 2014년 12월 ICC 재판관, 2021년 ICC 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내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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