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가치, ‘시성비’의 시대[백인혜의 SNS 톡톡]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 새해의 대표적 키워드로 ‘분초사회’룰 꼽았다. ‘분초사회’는 시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초(分秒)를 다투며 산다는 의미다. 시간 대비 얼마나 효과적인 경험을 가져다주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성비’라는 말이 우리 생활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한다. 이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나타낸다. 이와 달리 ‘가심비’는 가격과 상관없이 만족스러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를 넘어서 ‘시심비’, 즉 시간을 투자해 얻는 가치와 만족도에 주목하는 현상이 떠오르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빠르게 정보를 소비하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며, 빠르게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시청할 때 빨리 감기로 보거나, 책 한 권을 정독하기보다는 요약본을 찾아보는 것, 웹툰이나 웹소설이 유행하고, 숏폼 콘텐츠가 대세로 이어지는 것이 그 예이다. 이는 시간을 중시하는 청년 세대에게서 두드러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30년 장기 침체와 동일본대지진 등으로 불안감이 커져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시성비’가 강조되고 있다. 이는 ‘타임 퍼포먼스’를 줄여 ‘타이파’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을 정도다. 일본에서는 패스트푸드 시장이 성장하는 반면 이자카야 시장은 13년 연속 줄어드는 등 소비 패턴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생활에 필요한 영양소를 한 끼에 담은 ‘완전 영양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도 한다. 이는 대중음악에도 반영돼 오래전에는 도입부가 평균 15초 이상이었다면, 최근 인기곡에는 도입부부터 다짜고짜 노래가 시작된다.
‘시성비’ 시대의 핵심은 경험 경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AI와 같은 기술의 활용되는 것이다.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으며, 특히 생성형 AI는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높은 퀄리티의 완성본을 만들기보다는 시간을 아끼기 위한 초안을 빠르게 만들거나 카피라이팅을 하는 데 참고할 만한 문구와 아이디어를 얻는 데 만족한다. 이러한 변화는 스타트업과 기업 환경에서도 두드러진다. AI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시성비’의 시대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선택 기준이 달라질 것이다. 시간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만족감은 최대화하는 라이프스타일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출출함을 해소해 줄 간편식 중에서도 조리가 편리한 RTH(Ready To Heat) 제품들은 전자레인지에 몇 분만 데워도 빠르게 만족감을 채울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요리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 힘든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빠르게 정보를 소비하고 결정하는 것은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단편적인 정보만을 바탕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 반영될 것이다. ‘시성비’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될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백인혜는 누구?
백인혜 칼럼니스트는 편집디자이너 출신의 SNS 마케터다. 오랜 직장 생활과 프리랜서를 거쳐 2020년 SNS 마케팅 전문 기업 ㈜트렌드넷을 설립했다. 현재 다양한 제품·서비스의 기업 온라인 홍보 채널을 운영하며, 멘토링을 한다. 서울패션스마트센터의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으며, SNS 마케팅과 퍼스널 브랜딩 강사로도 활동한다. 저서로 ‘힙피플, 나라는 세계’(포르체)가 있다.
SNS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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