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보도에 '악순환' '복잡' 맞지 않다"
[인터뷰]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들
"이스라엘 말 안되는 폭력 제재 없이 자행,
기자 아니라도 인간이라면 알아"
언론이 팔레스타인 논하는 뒤집힌 방식
[미디어오늘 김예리, 박재령 기자]
이스라엘 가자 공습과 지상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1만 명을 훌쩍 넘겼다. 사망자가 시시각각 늘지만 이스라엘의 통신 차단으로 사망자 집계는 나흘째 멈췄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이스라엘의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하지만 어떤 제재로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전 세계에 이스라엘 규탄 시위 물결은 거세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다루는 언론 보도는 뒤집혔다. '인종청소와 집단학살, 전쟁범죄, 아파르트헤이트.' 국제기구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한 행위를 조사해 내린 규정이지만, 서방 언론이 직접 사용을 꺼린다. 반면 이스라엘 입장은 그대로 전달한다. 한국 언론도 현장 취재를 할 수 없는 한계 속에 다수가 영미언론 논점을 되풀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2003년부터 팔레스타인과 국내에서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에 저항하는 국제연대 운동을 해왔다. 현지에선 팔레스타인인 올리브 수확 돕기, 불법 정착민과 점령군이 위협하는 팔레스타인 어린이 등굣길 동행, 점령으로 수익 올리는 한국 기업의 가담 내역 조사 활동 등을 해왔다. 지난달부터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의 공동주최 단위로 주말 집회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 릴레이 1인 시위, 가자 지원 긴급모금 조직 등을 하고 있다.
뎡야핑과 새라, 자아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는 팔레스타인 문제가 언론이 묘사하듯 '복잡'하지 않다고 말한다. 단순한 '갈등'이나 '악순환'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다 말한다. “폭력의 뿌리는 이스라엘의 점령”인 까닭이다. 언론이 전달하는 정보만으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를 체감하기는 역부족이라고도 입을 모았다.
미국과 영국이 이스라엘의 점령을 지원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가 눈감는 사이, 팔레스타인에서는 짧게는 58년 간 '충격적인 일상'이 지속돼왔고 전례 없는 인종청소 전쟁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 이스라엘에 제재를 가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은 전세계 시민들의 아래로부터의 운동이다.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에선 사는 것이 저항이자 투쟁”
- 팔레스타인에 처음 갔을 때의 경험은 어땠나. 지금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보도하는 국내 언론 가운데서도 팔레스타인 현지를 취재한 이는 거의 없다.
뎡야핑 : 2010년에 처음 갔다. 현장에 가야만 국제연대 운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생각했는데, (가보니) 가봐야 되겠더라. 이를테면 아동들이 학교 가는 길 지키기 활동을 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등교하는 팔레스타인 아기들을 괴롭히니까. 올리브 수확을 돕기도 했다. 가을 수확철엔 팔레스타인 농부가 이스라엘 정착촌 안이나 인근에 있는 자기 올리브 밭에 가야 하는데, 이스라엘 군인이나 정착민이 이들을 괴롭히고 때린다. 국제 활동가가 같이 있으면 폭력이 덜하다.
헤브론에서 만날 책으로만 보던 정착민을 처음 실제로 봤다. 헤브론(예수살렘 남쪽에 위치, 서안지구 최대 도시)은 당시 이스라엘 정착민 폭력이 가장 심각했다. 정착민 유대인 남성들이 다 장총을 메고 다닌다. 장총을 한쪽에 메고 유아차를 끌고 간다. 장총을 들고 조깅하고, 마트에 간다. 그런 장면이 충격이었다.
새라 : 가기 전에는 현지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지 않았다. 어떻게 장벽과 검문소가 있고, 멀쩡한 도로를 어떻게 이스라엘인은 갈 수 있고 팔레스타인인들은 갈 수 없는지, 어떻게 일상을 사는지. 가 보니 우리는 외국인이라 검문소도 자유롭게 통과하는데 팔레스타인인들은 하염없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팔레스타인인은 통행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지나갈 수 있고, 서류를 갖춰도 이스라엘군인 마음에 뭔가 안 들면 들어가지 못한다. 이스라엘 군인이 등교하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가방을 수색하고, 검문소 한쪽에 산모가 있고 반대편에 앰뷸런스가 있어도 산모가 타지 못하게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그저 일어나고 있었다. 나열하면 너무 길다.
자아 : 한 친구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빼앗아 형성한 헤브론 정착촌 안에 남아있는 팔레스타인 집 6곳 중 한 곳에 산다. 그의 가족이 100년 넘게 살았던 집이다. 그는 외출할 때마다 이스라엘이 세운 검문소 회전문을 통과하며 얼굴 인식과 신분증 확인을 한다. 검문소 위엔 총구 여러 대가 설치돼 사람을 겨누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착형 식민주의가 그것이었다. '너무 힘들고 무서워 못 살겠다'며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이 그곳에 산다는 건 그 자체로 아침저녁으로 목숨을 거는 저항이다.
- 이해가 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땅이고 국제기구를 포함해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스라엘 군인이 무력으로 팔레스타인인이 다니던 길을 정착민의 길로 만든다는 것인가.
뎡야핑 : 그게 바로 군사점령 체제다. 이스라엘 군사 정부가 통제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군 사령관이 자의적으로 명령을 내리면 곧 그게 법의 효력을 갖는다. 헤브론엔 이스라엘 사회에서도 광신자로 여기는 정착민 300명이 팔레스타인 마을 한 가운데에 들어가 마을을 만들어 살았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은 이를 지킨다. 정착촌 형성은 국제법 위반 행위임에도,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안에서 유대인들이 사는 구역을 통치한다.
- 올 4월에도 쉬린 아부 아클레 알자지라 앵커(기자)가 표적살해된 현장을 찾았다고 들었다.
자아 : 서안지구 북부 제닌이라는 곳이다. 쉬린이 총격을 당한 곳에 가 보니 바로 옆에 커다란 마트, 수퍼마켓이 있더라. 누구든 우유를 사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오가는 거리다. '위험 지역에 들어왔다가 살해를 당한 것이다'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돌아가신 지 1년 정도 된 시점이었는데, 총격을 당한 곳에 있는 나무에 여전히 그 분 사진과 추모를 위한 꽃들이 많이 놓여있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언론인보호위원회 등은 아부 아클레가 이스라엘군에 표적 총살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스라엘 당국은 사건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의한 총격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자 누가 총을 쐈는지 불분명하다고 입장을 바꿨고, 이후 이스라엘군의 총격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관련 수사나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 이스라엘이 가자에 가하는 전쟁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전하는 한국 언론 보도를 총평한다면.
뎡야핑 : 한국 언론이 영미 외신을 그대로 받아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의 보지 않는다. 눈에 띄는 건, 언론이 이스라엘의 얘기를 일방적으로 받아썼다가 거짓말로 드러난 것이 많지 않나. 언론이 그 주장을 지금까지도 받아쓴다. 한국에서 이스라엘의 거짓 주장을 취재해 검증하기 어렵다는 한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대등한 두 세력의 갈등'으로 보거나 이스라엘 편향 시각으로 쓴다 해도, 하마스 공식 채널이라도 찾아보고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을 갖추려는 노력을 찾을 수 없다.
“하마스가 가자 독재·장악? 역사를 알면…”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보도에 흔하게 등장하는 묘사는 '악순환', '복잡한 이슈'라는 말이다. 정확한 규정이라고 보나?
자아 : 우리는 이 사안에 '굴레'나 '순환'이 아닌 '뿌리'라는 말을 쓴다. 폭력의 뿌리는 이스라엘의 점령이기 때문이다. '악순환'이라는 묘사는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2021년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습할 때 한 뉴스레터 매체 보도에 건의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기가 서로 이어지는 이미지로 '순환'을 표현하고 있었다. “얘네 또 싸워? 얽히고 설킨 굴레” 식의 묘사였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종교에, 역사에, 미국 정치까지 합쳐져 있어서 골치 아프다'라는 주장은 본질을 흐린다. '또 싸운다'는 말 아래 이스라엘의 점령과 이스라엘 민간인이 팔레스타인의 거주 지역에 이주해 정착해 폭력을 휘두르고 처벌도 받지 않는 국제법 위반은 그냥 읊는 구절이 된다. 특정 매체를 넘어 이 일을 남일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사들이 정말 많다.
- 이스라엘 당국은 방송에서 전쟁범죄 증거가 코앞에 제시돼도 이를 부인한다. 언론이 충분히 검증하고 있다고 보나.
뎡야핑 : 기자일 필요도 없다. 인간이면 상식으로 알 수 있지 않나? 민간인이 32일 동안(인터뷰일 기준) 1만 명 넘게 죽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달 말 이스라엘뿐 아니라 하마스 양쪽의 전쟁범죄를 조사하겠다며 가자지구를 찾았다. 이스라엘이 검사장의 입국을 불허해 들어가지 못했다. 하마스는 조사를 반긴다는 입장을 냈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쓴다'는 이스라엘 주장도 검증 없이 퍼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7년에 가자를 침공할 때도 같은 주장을 했다. 당시 유엔이 진상조사단을 파견했는데 조사 결과는 이랬다. '하마스가 인간 방패를 썼다는 증거는 없는데 이스라엘이 썼다는 증거는 있다.'
- 언론이 하마스에 대해 보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팔레스타인에 있는 정당의 하나이고 민주 선거로 선출됐지만 언론엔 '무장단체' 때로는 '테러단체'로 소개된다. 주류 언론이 하마스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뎡야핑 : 하마스는 2006년에 선거를 통해 집권했다. 국제기구가 모니터링해 '중동에서 치러진 선거 가운데 가장 깨끗하다'고 밝힌 선거에서 승리했다. 미국 부시 행정부가 밀어붙인 선거였다. 실제 하마스가 승리하자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기존 집권여당이던 파타라는 정당을 지원해 쿠데타를 일으켰고, 파타가 서안지구를 장악하게 됐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영미언론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했다'고 표현한다. 말 안 되는 표현이다. 하마스가 합법 선출된 정당이고, 파타가 서안지구를 장악했다는 표현이 맞다.
언론이 하마스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표현할 때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세력'이라고 말한다. 무장은 팔레스타인 내 모든 세력이 다 하고 있다. 국가만이 군대를 통해 폭력을 독점할 수 있는데, 팔레스타인인들은 주권을 인정 받지 못해 군대가 없으니 모든 정당이 무장조직이 있다.
“전세계에 퍼진 이스라엘 편향 프레임
AI마저 팔레스타인·이슬람혐오 학습”
- 이스라엘은 줄곧 전쟁의 이유로 '정당방위'를 주장하지만, 인질을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도 목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전쟁 목적은 무엇이라 보나.
새라 : 가자지구에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하는 것, '다 나가라'는 것이다. 남쪽 이집트로든 어디로든 쫓아내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공식 문서도 나왔다. 이스라엘 정보부가 지난 10월13일 가자지구 모든 주민을 이집트로 영구 이주시킬 것을 제안하는 내부 문서가 유출됐다. 덧붙여 하마스가 가자지구 봉쇄를 뚫어 이스라엘의 군사 실패가 드러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려 민간시설을 하마스 군사기지라 주장하며 파괴하고 있다.
- 현 사태에 대한 여론에, 미디어가 확산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미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해선 교육, 랍비, 탈무드 등 이미지로 친숙하게 여기고 이슬람엔 '테러'란 단어를 붙이는 이슬람혐오 정서다.
뎡야핑 : 무슬림혐오는 애초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하면서 '테러와의 전쟁' '비문명과의 전쟁'을 처음 얘기하면서 엄청나게 심해졌다. 최근 생성형 AI 관련해서도 이슈가 있었다. 메타의 왓츠앱이 제공하는 AI에 '팔레스타인인'을 치면 총을 든 남성 이미지가 항상 나오는데, 이스라엘은 '군'이라는 단어를 함께 쳐도 총 없이 군인이 웃고 있거나 기도하는 이미지, 평화로운 배경이 나와 논란이 됐다.
-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스라엘 점령에 어떻게 공모하는지 폭로와 규탄 활동도 하고 있다. 어떤 활동인가.
새라 :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 점령에 저항하는 운동 중에 하나가 BDS 운동이다. 보이콧(boycott), 투자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 운동이다. 이스라엘의 선전과 관계된 기관이나 이스라엘의 군사점령으로 이익을 보는 기업은 수없이 많다. 그 중 몇몇 기업을 타게팅해 캠페인을 한다. 한국은 HD현대건설기계 장비들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옥 파괴와 불법 정착촌 확장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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