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청계천 벤치의 놀라운 비밀 [지구,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산책하다 쉬어가던 벤치가 쓰레기로 만든 거였다니….”
서울 청계천과 남산도서관 산책로, 세종 호수공원, 인천 운남공원, 서울 성동구청과 성북구청 앞. 이곳에 놓인 벤치들에는 특별한 출생의 비밀이 있다. 이들의 부모는 바로 자투리 원단, 현수막 등 섬유폐기물이다.
쓰레기가 될 운명을 타고난 자투리 원단과 현수막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곳은 폐섬유 재생기업 세진 플러스다.
세진플러스에서 생산하는 ‘플러스넬’은 섬유로 건축 내·외장재, 마감재, 단열재 등으로 쓰이는 패널이다. 통상 패널은 원목이나 석고, 톱밥 등으로 만든다.
플러스넬은 옷의 장점들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단열은 물론 방음에 능하다. 부러지거나 휘지 않고 썩거나 갈라지는 등 변형도 없다.
특히 다른 패널과 달리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한다. 고온에 녹는 섬유의 성질을 이용하면 유해한 접착물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크게 합성 섬유(폴리에스테르)와 천연 섬유(면 등) 그리고 이를 섞은 혼합 섬유로 나뉘는데 합성 섬유는 열에 녹는 성질이 있다. 고온의 강한 압력을 가하면 합성 섬유가 면 섬유 사이로 스며들며 결착돼 건축용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진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재활용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섬유에서 건축 자재로 바뀐 다음에는 건축 자재에서 건축 자재로 끊임없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박장배 세진플러스 전무는 “건축 자재들도 보통 용도를 다하면 결국 나중에는 폐기물이 된다”며 “플러스넬은 섬유이다 보니 다시 플러스넬로 만드는 선순환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세진플러스에서 플러스넬 생산으로 재활용하는 폐섬유는 하루평균 20t 정도다. 이 중 80%가량은 의류 생산공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원단이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지만 세진플러스로서는 닳거나 해지지 않은 채 공장에서 바로 나온 좋은 원료가 된다.
세진플러스는 한섬 등 패션기업과 협약을 맺고 이 공장들에서 나온 자투리 원단으로 플러스넬을 생산해 판매한다. 패션기업들은 플러스넬을 탈의실 등 내장재로 활용하거나 기부하는 식으로 소화한다.
자투리 원단 외에 플러스넬로 만들기 좋은 섬유 쓰레기는 폐현수막이다. 플러스넬에 들어가는 폐섬유 중 합성 섬유 비율이 65~70%로, 플라스틱 재질로 된 현수막은 없어선 안 될 재료다.
세진플러스는 현재 자사 공장이 있는 충북 진천군과 협약을 통해 폐현수막을 공급받고 있다. 인접한 충북 제천시, 충북도 등과도 논의 중이다. 특히 내년 선거철 한꺼번에 나올 현수막을 주목하고 있다.
박장배 세진플러스 전무는 “폐현수막으로 마대자루나 가방 등을 만드는 건 상징적인 의미에 그친다. 대규모로 지속적으로 만들 수 없어 근본적으로 재활용으로 볼 수 없다”며 “현수막을 수거하는 지방자치단체들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폐현수막을 재활용할 기반을 만드는 게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봉제공장이 재생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던 건 발에 치이는 자투리 원단들을 ‘쓰레기’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박 전무는 “옷을 만들려면 본을 떠야 하고, 본을 뜨고 남는 자투리 원단들은 모두 폐기물이었다”며 “세진플러스는 이것들이 어디로 갈까, 재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설립된 세진플러스는 2016년 사내에 재활용을 위한 부설 연구소를 만들며 재생기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2020년 코로나19로 주문이 줄어드는 등 위기를 맞았을 때 오히려 폐기물 재활용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약 1년간 제품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인·검증, 시험성적 등을 확보한 뒤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새 사업에 나섰다. 이 중 폐현수막을 활용한 아이스팩 수거사업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진플러스는 전 세계의 의류공장으로 통하는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해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박장배 전무는 “옷을 리폼하든, 기부하든 언젠가는 쓰레기로 배출되는데 플러스넬은 오폐수나 탄소배출 없이 폐섬유를 산업용 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사 사례가 없는 좋은 선순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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