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지드래곤 마약 수사 난항...3주 지나도 물증 안 나온다
배우 이선균(48)씨와 K팝 그룹 빅뱅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 등이 연루된 마약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입건 3주가 지나도록 이들의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혐의로 입건된 이씨의 다리털에 대한 정밀 검사에서 ‘마약류를 감정할 수 없다’는 결과를 통보했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경찰 첫 소환 조사 시 진행된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얻었다.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에선 5~10일 안에 투약한 마약에 대해 나와 그 이전 투약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
이후 진행된 이씨의 모발에 대한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도 음성 결과가 나왔다. 이씨의 모발 길이 등을 감안하면, 8~10개월 동안 마약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경찰이 내사(입건 전 조사) 중이던 이씨를 입건한 건 지난달 23일이었다. 올해 유흥업소 실장 A(여·29)씨의 서울 자택에서 대마초 등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다. 경찰이 입건 3주가 넘도록 이씨의 혐의 입증을 위한 진술 외에 이렇다 할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이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나를 속이고 무언가를 줬다.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가수 권지용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일 권씨를 불러 모발과 손톱, 발톱 등을 확보해 국과수에 정밀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하지만 권씨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권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약을 투약한 적도, 누군가와 주고받은 적도 없다”며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씨는 경찰 조사 당시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받았다.
권씨는 경찰 출석에 앞서 머리카락 이외의 체모 대부분을 제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평소에도 제모를 했었고, 입건 보도 후 제모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요청한 체모 외에 자진해서 추가로 다리털도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변호사를 통해 적극 해명했다.
경찰은 지난 9월 중순 서울 강남의 회원제 유흥업소에서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씨와 권씨, 유흥업소 실장 A씨와 업소 종업원 B씨, 공급책 의사 C씨 등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입건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A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신성 의약품) 혐의로 구속해 송치했을 뿐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선 여전히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씨와 권씨 등 이번 마약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물증 확보에 시간이 걸리면서 경찰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확한 증거 없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명확한 물증 없이 진술만 가지고 수사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맞는다”면서도 “수사 대상자가 다른 사람 범죄에 대해 진술할 때 확인하지 않을 수 없으니 입건 전 조사를 한 것인데 그 내용이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희는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히 해나가는 단계”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마약범죄 수사는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뿐 아니라 관련자 진술, 포렌식 자료 등을 종합해 혐의 유무를 판단한다”며 “무리한 수사라고 단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이씨의 경우 압수한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차량 등을 분석해 혐의 입증을 위한 객관적 증거를 더 확보할 계획”이라며 “권씨는 국과수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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