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유연화? 노동자들 의사 반영 된 결과 아냐...사실상 근로제 퇴각 수순

이은지 2023. 11. 15. 15: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이승훈 앵커

■ 방송일 : 2023년 11월 15일 (수요일)

■ 대담 :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승훈 앵커(이하 이승훈) : 지난 월요일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에 이른바 69시간제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주 52시간 근무제' 폐지 카드에 대한 그 대답이기도 했는데요. 핵심은 주 52시간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일부 업종에만 연장근로를 확대하는 거라고 합니다. 뭘 어떻게 고쳐나가겠다는 건지 또 걱정되는 것은 없는지 한번 진단하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를 지금 전화로 연결합니다. 교수님 반갑습니다.

◆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이하 김성희) : 예 안녕하세요.

◇ 이승훈 : 예 잠깐 말씀드렸는데요. 정부가 이번 근로시간 개편 방향 발표를 통해서 앞으로 뭘 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 김성희 : 설문조사를 근거로 개편안의 타당성을 검증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52시간제 틀을 유지한다는 것에서 3월 달에 발표했던 69시간제 논란이 있었던 개편안의 틀을 유지하는 것처럼 하면서 그러나 전반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설문조사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수요가 있는 특정 업종과 직종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52시간제 틀을 유지한다는 표현은 사실 좀 모호한데요. 주 52시간 상한제 아닙니까? 어느 주도 5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 개편안이라는 것은 그것을 몰아서 하거나 하면서 특정 주에 52시간보다 훨씬 길게 69시간까지도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52시간제 틀을 평균으로 맞춘다고 해서 틀을 유지한다고 볼 수는 없는데. 논란이 되던 69시간제 사안은 모호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그대로 추진하고 싶어 하는 그런 발표를 했고요. 그런데 대신 특정 업종, 직종에 대해서만 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사실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사실상 퇴각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이런 생각까지도 듭니다.

◇ 이승훈 : 지금 말씀만 들어보더라도 이게 이렇게 하겠다는 건지 저렇게 하겠다는 건지 사실 좀 모호한데. 교수님 말씀은 좀 후퇴에 더 가깝다는. 지금 언론에 얘기를 나오는 걸 보면 어떤 데서는 속도 조절을 했다는 말도 있고 후퇴라는 표현도 하던데. 그러면 교수님께서는 좀 후퇴 쪽에 가깝다고 보시는 건가요?

◆ 김성희 : 예. 설문조사 결과를 그렇게 해석할 수가 없거든요. 그렇게 설문조사라는 방식이 부적절하지만 그 설문조사의 내용을 보더라도 3월 달에 추진하던 그런 69시간 가능한 개편안을 추진할 근거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 이승훈 : 지금 교수님께서 설문조사 얘기를 하셨으니까요. 설문조사가 이게 그거였잖아요. 지난 3월에 69시간 말 나오니까 그러면서 여론 시끌시끌하니까 그래서 정부가 국민의 뜻 한번 직접 물어보겠다는 그런 조사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주 52시간제 문제가 많고 빨리 손봐야 한다' 그런 응답이 정말 많았던가요?

◆ 김성희 : 언론에서 잘 부각이 안 됐는데요. 정부 발표도 좀 이제 특정 업종 직종에 집중해서 파악하겠다고 했는데 전반적으로 주 52시간 상한제 때문에 불편하냐는 질문에 85.5%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서 14.5%만 '불편할 수 있다'인데 어느 방향으로 불편한지도 불분명하지만 대다수가 이렇게 바꿀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 거잖아요. 절대다수가. 그렇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는데 다만 특정 업종 직종에 대해서는 3분의 1 미만이 동의했기 때문에 별로 필요가 없고요. 제조업이 한 58% 정도가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정부가 의도하는 그런 방안을 찬성을 했는데. 그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다른 설문 결과를 보면 추가 소득을 주더라도 결코 52시간까지 안 하겠다는 게 60%가 가깝고요. 그다음에 81%가 60시간 미만으로 했을 때 추가 소득이 발생해도 그렇다는 건데. 정부의 개편안은 52시간 이상 더 일해도 사실 추가소득은 발생하지 않는 안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안 자체에 대해서 어떤 직종도 어떤 업종도 명확하게 개편의 필요성이 있다고 동의한 적이 없는 것으로 그렇게 평가하는 게 맞는데. 견강부회 식으로 개편안과 악의를 맞히는 방식으로 고용노동부가 해석을 해버린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근거는 없다는 거죠.

◇ 이승훈 : 예 지금 교수님 말씀 들어보니까 일부 언론에서 지적이 좀 있긴 하던데. 그 설문 자체에 좀 문제가 있다 그런 거네요?

◆ 김성희 : 설문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설문 자체를 또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을 한 게 더 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 이승훈 : 가장 그런 부분은 뭔가요? 대표적으로 하나 꼭 집어서 말씀해 주세요.

◆ 김성희 : 아까 말씀드린 대로 85.5%가 '현 제도에 불편하지 않다'고 응답을 했다는 거고요. 특정 직종, 업종에서 그렇게 요구가 없습니다. 요구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좀 무리하게 해석해서 정부 개편안 중심으로 생각했을 때나 제조업 정도가 간신히 있는데, 그것도 명확하게 정부 개편안에 찬성한 방안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는 거죠.

◇ 이승훈 : 교수님 그냥 말씀 들어보면 굳이 정부에서 그렇게 견강부회를 하면서까지 주 52시간제를 좀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는 그런 판단을 하는 걸로 보이는데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 김성희 : 사실 40시간에 12시간 연장 노동하는 걸 기본으로 삼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가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에 비해서 장시간 체제를 주장하는 방안인데. 여기에 유연근무제가 있지 않습니까? 52시간 특정 이상 할 수 있는, 특정 주에 특정 일에 더 많은 일할 수 있는 유연근무 제도가 이미 갖춰져 있는데. 노사의 동의 없이도 이걸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으로 이렇게 무리한 방안, 주 단위 1단위 노동시간 개념을 뛰어넘는 이런 초유의 인류 최초의 발상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것이 외국 사례에 있다고 갖다 붙이면서 좀 고집불통으로 우기면서 간 것이 아니냐. 애초에 전략 설정 자체가 잘못됐는데, 잘못된 거에 비판을 받으면서 고칠 생각은 안 하고 태로만 찾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데 이 결과로도 결코 69시간제 개편안을 계속 추진할 명분이 되지는 않습니다.

◇ 이승훈 : 지금 교수님이 말씀하실 때 '필요한 업종, 직종에 한해서 노사가 원하는 경우에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그게 정부 발표인데. 그렇다면 여기서는 어떤 업종, 어떤 직종을 지금 예상하고 있나요?

◆ 김성희 : 정확하게 문항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 동의하십니까?'인데 그거에 대해서 사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노동시간 관련해서 하고 있어도 3월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도 이거 한참 좀 생각해야 되는 문제거든요. 그런 것을 일반 국민과 일반 노동자를 대상으로 질문에서 정확한 답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직종도 3분의 1 이상 찬성한 사람이 없고요. 그다음에 업종에서는 제조업만 유일하게 50%를 넘게 찬성을 했는데요. 그게 일감이 신축적으로 변하니까 '그에 맞출 필요성은 좀 있다'는 것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라는 걸 동의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어떤 그런 질문도 정확하게 못했는데, 굳이 설문조사를 근거로 하자면 제조업 정도인데. 제조업은 사실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고. 예전에 26개 업종을 예외업종으로 지정할 때도 제조업은 그 이후로 선정하지 않았던 업종이거든요. 그래서 제조업부터 69시간제가 가능한 그런 개편을 시작하겠다는 건 굉장히 무리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어서. '사실상 없다.' 설문 결과로 봐도 그렇고 향후 미칠 파장을 고려해도 어떤 특정 직종, 업종에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어떤 것도 특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 이승훈 :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 좀 모호한 부분이 많아서 질문 하나 더 드려보면요. 노사가 원하는 경우라고 했는데요. 거기서 말하는 '노'라고 노측이라고 했을 때 이거는 개별 사업장 노동조합을 얘기하는 겁니까 아니면 민주노총, 한국노총 이런 노동자 단체가 원하는 경우를 상징한 건가요? 어떤 건가요?

◆ 김성희 : 3월에도 근로자 대표권 문제가 약간 쟁점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조직률이 조금 올라서 14% 정도인데. 대표권이 없는 데가 워낙 많으니까 노사협의회가 있어도 제대로 운영되는 데가 없어서. '과연 동의의 주체가 있느냐. 누가 있냐.' 노동시간이라는 게 사용자가 주도하는 그런 작업장 지휘권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것인데 집단적 동의의 주체가 형성돼 있지 않으면 어렵다는 건데.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는 그것이 구축돼 있지 않아서 과연 동의의 주체를 제대로 확립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우회하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졌었는데요. 여전히 그 문제는 미지수로 남아 있고요. 한국노총이 참여를 했기 때문에 한국노총에서 노사정 대화에 동의하는 것을 바탕으로 이걸 밀고 나가기에는 한국노총도 동의하기 쉽지 않을 거고. 그것이 근거가 되기에도 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당사자 총연맹 수준에서 동의해서 되는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에 사업장 단위의 개별적인 사정을 반영해서 동의해야 되기 때문에 그런 절차로도 충분히 근거를 마련했다 혹은 동의 절차를 거쳤다고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모호한 부분으로 남아 있는, '그냥 좋은 말을 갖다 붙인 것 아니냐. 무리해서 일방적으로 추진은 안 하겠다'라는 얘기인데. 이것을 모호한 채로 다른 방식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건지 퇴각 수순을 밟는 건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 이승훈 : 그러니까 지금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그거 갖고는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이런 말씀이시네요? 기억을 좀 더듬어보면요, 교수님. 정부가 근로시간 개선 이 얘기뿐만 아니라 '공짜 야근 관행 뿌리 뽑겠다.' 그러면서 포괄임금제 이것도 좀 바꿔보겠다고 의지를 보인 걸로 아는데. 이번에 포괄임금제에 대한 얘기는 좀 있었습니까?

◆ 김성희 : 포괄임금제를 별도로 사업장을 단속을 했다, 64개소를 적발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 가지고는 세발의 피라고 할 수 있고요. 그러니까 연장근로 필요가 있을 때 어떻게 했냐고 했더니 포괄임금제 활용했다는 업체가 36%나 됐습니다. 그럼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포괄임금제에 대해서 관리감독을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는 해결이 잘 안 될 것인데. 이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범칙금 한 600만 원 내는 것보다는 포괄임금제 활용해서 인건비 절약하는 게 훨씬 몇 십 배 몇 백 배 크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엄정하게 해야 되는데요. 그러니까 포괄임금제를 쓸 수밖에 없는 업종이 일부 있습니다. 고정노동시간은 긴데 실제 노동시간과 간격이 큰 운수라든지 몇 가지 특수한 업종이 있는데요. 아파트 경우에도, 그런데 이제 휴게시간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그런 포괄임금제 방식은 피해 갔거든요. 그러니까 피해갈 수 있는 최대한 피해갈 수 있게 만들어 놓고 그다음에 그것이 남용되는 데에 대해서는 엄단하는 그런 조치를 분명히 밝혀야 되고. 그 범칙금 수준을 높인다든지 해야지 실효성이 있는 그런 제재 조치가 된다고 볼 수 있겠죠.

◇ 이승훈 : 교수님 같은 전문가 그룹에서는 비슷한 말씀들 하실 것 같은데. 정부가 얘기를 잘 안 듣나요? 어떻습니까?

◆ 김성희 : 한 번 시작할 때 잘못 시작한 것을 되돌리는, 겸허하게 사과하고 폐기를 했으면 되는데. 여전히 내뱉은 말에 대한 자존심을 세우는 방식으로 이미 끝난 문제에 대해서 집착을 하면 그렇게 추해 보이거나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미 끝난 문제로 치부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이 그런 문제를 다시 꺼낸 것은 사실 우리를 바쁜 사람들 쓸데없는 일을 하게 만드는 그런 결과를 빚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승훈 : 교수님 끝으로요. 그렇다면 이 근로시간 개선을 둘러싼 앞으로의 전망,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 김성희 : 한국노총 복귀해서 밀어붙여서 이 문제를 다룰 가능성은 높지 않고 이 문제만 가지고 다룰 가능성은 높지 않고요. 그다음에 동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청년층을 비롯해 광범위한 계층이 반대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거에 대해서는 이번 계기로 폐기 수순을 확실히 밟는 게 적절하다고 보는데요.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인지 겸허한 자세를 취해주기를 기대합니다.

◇ 이승훈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김성희 : 예 고맙습니다.

◇ 이승훈 : 지금까지 김성회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님이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