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싱가포르전 출사표 "첫 단추 잘 끼워야"

이상필 기자 2023. 11. 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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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손흥민(토트넘)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첫 경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2차 예선에서 싱가포르, 중국, 태국과 함께 C조에 편성됐다. 조 2위 안에 들면 3차 예선에 진출할 수 있다. 우선 첫 경기인 싱가포르전에서 승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손흥민은 싱가포르전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상암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한다. 월드컵 예선이라는 긴 여정에서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며 "축구에는 쉬운 경기가 없고, 항상 이변이 있다. 한국에서 그 이변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변이 나오지 않도록 선수들도 잘 준비하고 있다"고 대표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우리가 결과를 못 내다가 지난 10월 소집 때 좋은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내일 경기도 기대되고 좋은 책임감을 갖고 경기장에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공교롭게도 싱가포르전이 열리는 16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진행되는 날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수험생 분들이 긴장하지 않고 평상시 대로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을 잘 치렀으면 한다"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한국 축구는 손흥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당연히 대표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자유로운 축구'에 대해 의문의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의 기량에만 의존하고 전술적으로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손흥민의 생각은 달랐다. 손흥민은 "우리에게 세밀함이 없었다면 지난 경기(베트남전 6-0 승)에서 많은 골을 넣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선수로서 느끼기에 클린스만 감독님은 기본을 중요시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요구하신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플레이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자유롭게 플레이하면 섬세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부분도 연습하고 있다. 그만큼 감독님도 선수들을 믿고 있고, 우리 팀의 큰 무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네 번째 월드컵으로 향하는 소감도 밝혔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했다. 앞서 두 번의 월드컵에서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지만, 카타르에서는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며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네 번째 월드컵에 끝까지 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내가 현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현재에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소집 기간에 다가오는 2경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또 "대표팀에 어린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경험을 공유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선수들이 잘 받아 주는 것 같다"면서 "월드컵 여정은 길다. 좋은 길만 갈 수는 없고, 가시밭 길을 갈 때도 있을 것이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잘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꾸려서 예선전을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 /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월드컵 예선 첫 상대인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토트넘 프리시즌 경기 때 1-1로 비겼었기 문에 조심해야 할 것 같다"면서 "경기를 뛰면서도 위협적인 선수들이 있다고 분명히 생각했었다. 우리가 이 경기를 진중하고 성실하게 임해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이 중요하게 이야기하시는 기본적인 것들을 잘 지켜야 할 것 같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한국전에서 수비적인 형태로 경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은 "수비를 다 내려서 하면 어느 팀을 상대해도 쉽지 않다. 얼마나 일찍 찬스를 만들고 성공시키느냐가 경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지, 불편하게 해야 하는지의 차이를 만든다"면서 "지난 베트남전이 우리에게는 플러스가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환경에서 다른 선수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고 진솔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손흥민은 또 "초반에 찬스를 만들어서 편하게 가져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많은 득점을 하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느 팀이든 다 같이 수비를 한다면 그것을 뚫기는 쉽지 않다. 선수들도 항상 분석,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아 온 손흥민은 올 시즌부터는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주장을 맡으며 빼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토트넘 선전의 이유 중 하나로 손흥민의 리더십이 거론될 정도다.

손흥민은 "내가 좋은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고,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그렇게 비춰지는 것 같다"면서 "대표팀에서도 운이 좋게 주장을 오래 하고 있고, 그만큼 좋은 선수들과 훈련할 수 있어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표팀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잊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 주장의 무게는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어릴 때부터 대표팀에 와서 많은 주장 선수들을 경험해봤고, 그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박)지성이 형, (기)성용이 형, (구)자철이 형, (이)청용이 형 모두 다른 캐릭터인데, 항상 이야기해 준 것은 주장의 무게는 상당히 무겁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릴 때는 내 경기만 생각하고 나만 잘하면 나머지는 형들이 잘 해준다고 생각했다. (주장인) 지금은 경기에 들어온 선수들, 교체 선수들,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다 챙겨 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면서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많은 부담감 책임감을 요구하는 자리다. 소속팀, 대표팀에서도 좋은 성품을 가진 선수들, 사람들이 있어서 주장이 해야 할 일들을 쉽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선수들 덕에 내 리더십이 이야기 되는 것 같아서 같이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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