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연예인 마약 수사?…’물증 빈손’에 곤혹
유흥업소 女실장 진술 외 핵심 물증 못 찾으면서 수사 난항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연예인 마약 투약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핵심 물증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밀검사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경찰이 진술에 의존해 무리한 수사를 전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책임론에 휩싸인 경찰은 '죽이 될 지, 밥이 될 지 모른다'며 예단을 경계했지만, 수사가 교착 상태에 접어들 경우 후폭풍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15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48)씨의 다리털 정밀검사에 대해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경찰에 통보했다.
국과수는 이씨 다리에서 채취한 체모 '중량 미달'로 마약류 검출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소견을 전달했다.
앞서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검사, 모발 등을 채취한 국과수 정밀감정을 진행했는데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때문에 다리털 정밀검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었지만 여기서도 핵심 물증 확보는 불발됐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다리털 정밀검사의 경우 중량 문제로 '감정 불가' 판정이 나온 만큼 조만간 이씨를 재소환 해 추가 채취 후 재감정을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은 '음성' '감정 불가' 판정으로 한달째 핵심 물증을 손에 쥐지 못한 경찰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이 됐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유흥업소 실장 A(29·여)씨의 진술로 수사 단서를 확보한 경찰은 이씨와 함께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도 수사 선상에 올렸다. 그러나 지드래곤 역시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 외 혐의를 뒷받침 할 만한 물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에 자진 출석하며 무혐의 입증을 자신했던 지드래곤은 최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마약을 투약한 적도, 누군가와 주고받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그는 A씨가 '지드래곤이 다녀간 화장실에서 수상한 포장지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이번 마약 범죄 혐의 관련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그러한) 사실관계가 없다"며 "그 사람(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저 또한 의구심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마약 피의자 진술에 의존해 연예인을 표적으로 무리수를 뒀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경찰은 내사 단계에서 사건이 알려져 수사에 일부 영향이 있었다면서 절차에 따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연예인 마약 의혹 수사와 관련해 "마약범죄 수사는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뿐 아니라 관련자 진술, 포렌식 자료 등을 종합해 혐의 유무를 판단한다"며 "(수사가)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약 검사 결과만 놓고 '무리한 수사'로 단정지어서는 안되며, 관련자 진술이 확보됐던 만큼 내사 착수와 소환조사 등은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수본 관계자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인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에 해상 사실이 알려져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속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신청한 이씨와 지드래곤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추가 물증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흥업소 실장 외 또 다른 인물의 구체적 증언이나 정황 증거 역시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언급한 '종합적 판단'이 가능할 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한편, 이씨는 올해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서울 자택에서 대마초 등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마약 투약 등 전과 6범인 A씨는 지난 3∼8월 필로폰·대마초를 3차례 투약하거나 피운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속이고 약을 줬다"며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현재 인천경찰청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나 내사 중인 인물은 이씨와 지드래곤을 포함해 모두 10명이다.
경찰은 A씨를 통해 이씨 등에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현직 의사 B(42)씨의 주거지와 병원을 압수수색해 의료 기록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B씨가 운영 중인 병원은 프로포폴 과도 처방 횟수가 많아 보건 당국으로부터 경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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