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 좀 알려고 하지 마세요’···버추얼 아이돌 신상공개하면 법적 처벌되나?

김한솔 기자 2023. 11. 15. 15: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기 높아지며 ‘캐릭터 뒤 진짜 사람’ 궁금증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영업비밀 등 쟁점
플레이브 소속사 블래스트 “법적 대응 예정”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블래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버추얼 아이돌의 본체가 궁금하신가요?’ ‘플레이브 본체 공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를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본체’가 뜬다. 플레이브는 ‘가상의 캐릭터’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다.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같은 이미지지만, 그 이미지 뒤에는 실제 인간(본체)이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본체를 공개하지 않고 캐릭터로 활동한다.

플레이브는 지난 3월 데뷔 후 5개월 만에 발매한 앨범의 초동 판매량이 20만장을 넘기며 화제를 모았고, 탄탄한 팬덤까지 확보했다. 인기가 많아진 만큼 ‘캐릭터 뒤에 있는 진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소셜미디어 등에는 ‘플레이브 본체를 공개하겠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막상 들어가 보면 그냥 ‘낚시성’ 글이거나 진위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는 경우도 있다.

본체 공개하면 손해배상?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포토카드. 블래스트샵 갈무리

‘버추얼 캐릭터’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는 걸까?

플레이브의 소속사인 블래스트는 지난 6월 공식 팬카페에 ‘플레이브 권리침해 법적 대응’ 공지를 올렸다. 플레이브의 본체를 공개할 경우 소속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블래스트는 “버추얼 아이돌로 활동 중인 플레이브의 개인정보 공개는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분으로,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다”며 팬들에게도 관련 게시물을 볼 경우 제보해달라고 요청했다.

블래스트는 ‘본체 공개’ 행위가 플레이브 멤버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블래스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업무를 방해하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또 악의적 비방이나 허위사실 유포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플레이브 공식 팬카페에 올라온 법적 대응 공지.

국내에선 아직 버추얼 아이돌과 관련한 소송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본체 공개가 소속사가 밝힌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수 조영남의 ‘그림 대작 사건’을 변호해 무죄를 받은 강애리 변호사(법무법인 영민)는 “헌법 17조는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하고 있고, 여기에는 초상이나 성명 등 인격적 징표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며 “멤버들의 의사에 반해 개인 신상정보가 공개돼 영리적으로 이용됐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에 대해서는 “본체 공개가 반드시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 행위인 것은 아니다”라며 “이 법은 ‘영업비밀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위반했을 때 영업비밀 침해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비밀유지 서약을 한 소속사 직원, 혹은 부정한 방법으로 멤버들의 신상정보를 알아낸 이가 이를 유포했을 경우엔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청구 역시 본체 공개로 인해 회사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손해를 본 사실이 재무제표 등으로 입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체 좀 내버려두세요...팬덤의 호소

소속사가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서려 하는 이유는 팬덤 때문이다. 블래스트 측은 “‘본체를 궁금해하지 말고 그냥 즐겨라’라는 팬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며 “만약 플레이브를 좋아하는 팬덤 전체가 ‘신상을 공개해달라’고 한다면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제3의 IP(지식재산권)로 활동하는 것이 팬덤과 회사, 그리고 멤버들과도 협의 사항이기 때문에 이걸 보호하기 위해서 액션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모니터링, 제보 등을 통해 접수된 신상 공개와 관련한 사례는 수백건에 달한다고 한다. 블래스트 관계자는 “국내에는 선례가 없지만 버추얼 시장이 우리보다 성숙한 일본의 경우 관련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내부적으로 법무팀도 꾸렸고, 최대한 빨리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