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최대 병원에서 하마스 지휘 본부 찾을까?

이종태 기자 2023. 11. 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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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방위군(IDF)이 11월15일 오전 2시(가자지구의 현지 시각)쯤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 내부로 전격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성명서에 “하마스에 대한 정밀하고 표적화된 작전(precise and targeted operations)을 개시했다”라고 주장했다.

‘하마스에 대한 정밀·표적화 작전’이란 표현이 등장한 것은,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포위·공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 때문으로 보인다.

11월8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사람들이 알시파 병원에 누워 있다. ⓒREUTERS

알시파 병원 상황

알시파 병원은 가자지구 북부의 가자 시티에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주 내내 이 병원을 포위하고 최소 3~4회(언론마다 다르다)의 공습을 가했다. 〈뉴욕타임스〉(11월15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진입 이전부터 이 병원엔 의약품은 물론 의료기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마취와 산소호흡기 없이 수술을 강행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환자들이 숨졌다. 인큐베이터도 가동할 수 없었다. 알시파 직원들은 11월15일 이전에 이미 시신 약 200구를 병원 부지에 묻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내엔 최소 2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월14일, 알시파 병원에 환자 700명, 병원 직원 400명, 민간인 3000명 등이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보건부는 환자 650명, 직원 200~500명, 민간인 약 1500명 등 적어도 2300명이 병원에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알시파 병원이 표적이 된 이유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의 지휘 본부와 터널이 존재한다고 주장해왔다. 하마스가 자신들의 군사적 목적에 환자, 의사, 직원들을 “인간방패”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마스와 알시파 병원 관계자들은 이스라엘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11월11일, 인공위성에 포착된 알시파 병원. ⓒREUTERS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이스라엘 측은 알시파 병원 지하에 하마스의 지휘 본부가 있어야 그동안 이 병원을 비롯한 여러 의료기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국제여론전에서) 정당화할 수 있다. 하마스 역시 민간인(특히 환자)을 인간방패로 활용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는 경우 도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을 접수한 뒤 수색 작업을 통해 하마스 지휘 본부의 존재를 입증하려 할 것이다. 하마스는 이를 부인할 터이다. 객관적 사실이 무엇이든, 양측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와중이었던 11월14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 진실게임에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이스라엘과 별도의 자체 정보망을 통해 “하마스가 알시파를 포함한 가자지구의 병원들을 지휘 본부 및 무기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마스의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한 것이다.

하마스, “백악관이 작전 개시 신호를 줬다”

존 커비 조정관의 이 발언으로부터 불과 수 시간 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 진입 작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로 진입하면서 “하마스에 의해 인간방패로 이용된 민간인들을 해칠 의도는 없”으며, “(이 작전의 목표는) 하마스와의 전쟁”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하마스 측에 12시간 전의 경고로 환자와 민간인들을 대피시킬 여유를 줬으며, 의료팀과 장비들도 병원에 반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사진)은 11월14일, “하마스가 알시파를 포함한 가자지구의 병원들을 지휘 본부 및 무기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하마스의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REUTERS

하마스 측은 성명서에서 “이번 공격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이스라엘군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물을 것”이라며 “백악관(존 커비 조정관의 발언)이 이스라엘 측에 ‘공격해도 좋다’는 신호(green light)를 줬다”라고 주장했다.

BBC(11월15일)가 병원 내부 목격자의 진술을 인용·보도한 바에 따르면, “병원 내로 탱크 6대와 이스라엘 병사 100명 이상이 진입했다. 일부 병사들은 가면을 쓰고 아랍어로 ‘움직이지 마’라고 외쳤다.”

백악관, “병원 총격전은 안 된다”

〈뉴욕타임스〉(11월15일)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알시파 병원 진입 직후, 하마스가 사용했다고 주장되는 병원 지하실의 영상을 공개했다. 백악관 측은 이스라엘군의 작전 직후, “병원과 환자는 보호되어야 한다”라며 “무고하고 힘없는 사람들과 환자들이 치료받는 병원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라고 논평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선 1만1000명여 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4500명 이상은 어린이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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