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시내버스 전면무료' 결국 백지화...월정액 '이응패스' 도입
월 2만원 부담·5만원 한도 사용, 관외 버스·어울링 이용
버스 무료화 막대한 예산투입 고려...공약 후퇴 논란도
세종시가 대중교통활성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대중교통 월 정액권'을 전격 도입키로 했다. 지역에서만 무제한 이용 가능한 '정기권'이 아닌, 최대 사용금액에 제한을 두고 시계(市界)를 넘어 광역 단위까지 이용하는 '월 정액권' 시행은 사실상 전국 최초다.
대중교통중심도시 전환 등 교통정책에 혁신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시정 4기 핵심 공약인 '버스무료화'가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는 점에서 섣부른 정책 아니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민호 시장은 15일 시청 정음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스와 어울링 등 세종시 대중교통을 월 2만원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세종형 월 정액권 '이응패스'를 내년 9월 도입한다"고 밝혔다.
'세종 이응패스'는 정기권과 정액권의 특성을 하나의 카드에 담은 신개념 월 정액권이다.
일반시민은 2만원, 청소년·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무료로 구매해 월 5만원까지 한도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매월 5만원 이하 미사용 금액은 자동 소멸되도록 설계, 버스를 타면 탈수록 이득을 볼 수 있도록 대중교통 탑승을 유도했다.
특히 타 지자체에서 이미 도입한 무제한 정기권과 달리, 세종지역 내에서 운행하는 모든 버스는 물론 대전·청주·공주 등 인근 광역 단위 운행 버스까지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여기다 지역 중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수요응답형 버스(셔클·두루타 등 DRT)와 함께 어울링(공영자전거)까지도 이응패스로 이용할 수 있다. 이응패스 구매자에겐 어울링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시는 다양한 교통서비스를 모바일앱으로 제공해 이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응패스'란 명칭은 대중교통 중심의 환상형 도시로 설계된 세종시를 의미하는 자음 이응(o)에서 따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시 관계자는 "이응패스는 교통정책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고질적 교통 문제를 해소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대중교통 이용자가 늘고 대중교통 월 평균 이용금액도 현재 월 1만-2만원에서 3만원 이상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응패스 도입 시 연간 운영비는 6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시행(연 253억원) 대비 예산부담이 연간 200억원 가까이 줄게 돼 지속가능성까지 확보한 합리적인 요금지원정책이라고 시 측은 설명했다.
다만 최민호 시장의 시정 4기 핵심 공약인 '버스무료화'를 전면 백지화한다는 점에서 면밀한 검토 없이 성급한 정책 추진으로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지난 4월 시가 버스요금 무료화 기본방향을 내놓은 이후 시의회·전문가·시민 등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승용차 이용률이 전국 최고수준인 46.9%에 이르는데다, 버스 이용률이 전국 최저수준인 7.9%에 불과해 버스 유인책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2030년을 목표로 행볻도시 건설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배차간격 단축 등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 개선, 자발적인 버스 이용 유도책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버스요금 무료화를 한 번 시행하면 번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시는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대중교통 이용 유도 효과가 단순 무료화보다 크며, 수혜성 복지정책이 아니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월 정액권 카드를 대안으로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최민호 시장은 "버스무료화보다는 교통대책 효율성을 찾는 방안이 효과적이란 의견이 많아 이응패스를 도입하게 됐다"며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행정 신뢰 역시 중요하지만, 재정여건 악화로 인한 효율성을 감안했을 때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정책으로 전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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