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1년 만 대좌…군사 대화 재개 등 ‘상황 관리’ 방점·관계 개선은 난망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1년 만에 회담한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선’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내 경제 둔화 극복이 과제인 시 주석은 갈등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이지만 획기적인 관계 개선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시도하지 않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하는 시 주석도 이날 오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미·중 정상의 대면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한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올 가시적 합의로는 양국 군사 당국 간 소통 재개가 거론된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군 소통선을 단절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 대화 재개가 오판에 따른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급선무라고 밝혀 왔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담의 성공 기준을 묻는 질문에 “위기 시 전화를 걸어 대화할 수 있고, 양국 군 당국끼리 계속 연락을 취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군비통제 실무급 대화를 시작한 양국이 공격용 무인기(드론)와 핵무기 등에 인공지능(AI) 기술 사용을 배제하는 방안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원산지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원료 단속 관련 합의도 발표될 전망이다. ‘좀비 마약’이라고도 불리는 펜타닐은 미국 내 18~45세 청장년층의 사망 원인 1위다. 주로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데, 미국은 펜타닐 원료의 주 공급원이 중국이라 의심하고 있다.
미·중은 회담에 앞서 기후위기 공동 대응 강화를 약속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는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을 이날 발표하고, 에너지 전환, 메탄, 순환 경제, 저탄소 등 분야별 워킹그룹을 가동키로 했다. 다만 이번 성명에는 세계 탄소 배출량 1위인 중국의 화석연료 사용 감축 등에 대한 논의는 담기지 않았다.
회담에서는 대만 문제, 남중국해 갈등, 첨단기술 공급망, 중국의 기업 통제,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기내브리핑에서 중동 문제가 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시 주석의 의견을 듣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북·러 군사협력 동향을 비롯한 북한 문제도 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지만 비중있게 논의될 지는 미지수다.
미·중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각 부문·급에서 정상회담을 조율해 왔다. 하지만 대만 문제, 공급망 재편 등 양국 간 최대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큰 만큼 회담의 방점도 상황 악화 방지에 찍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고 동맹들과 중국 ‘포위’를 지속하지 않는다는 등의 확약을 받아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1년 전 발리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미·중 공동성명은 발표되지 않는다. 양국은 각자 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이후 단독 기자회견을 연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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