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둔화…시장 "내년 5월 금리인하" 기대

김상윤 2023. 11. 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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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월 CPI상승률 3.2%…디스인플레 이어져
휘발유값 하락 영향…주거비는 아직 '끈적끈적'
앞서가는 시장…금리인상 가능성 사실상 '제로'
근원CPI 4.0%…연준이사·다이먼 "갈길 멀다" 경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에너지 가격 하락에 힘입어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둔화했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현상이 이어지자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 사이클을 끝내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낙관론이 팽배해지자 연준 이사들이 재차 경고성 발언을 던지며 진화에 나섰다. 자칫 긴축된 금융환경이 다시 뜨거워지면 자산 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강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재차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료품점 육류 코너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를 나타냈다. 지난 8~9월(3.7%)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고, 전월대비로는 지수가 보합(0.045%)에 머물렀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4.0%를 기록했다. 여전히 4%대에 있긴 하지만 전월(4.1%) 대비 소폭 하락하면서 2021년 9월(4.0%)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도 0.2% 올라 9월 상승률(0.3%) 대비 둔화했다.

CPI가 둔화한 것은 에너지 가격 하락 덕분이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한달 만에 5.0% 떨어지는 등 에너지 가격이 2.5%나 하락했다. 이외 항공료(-0.9%), 중고차(-0.8%), 신차(-0.1%) 등 그간 물가를 끌어올렸던 주요 품목이 하락세를 보인 것도 도움이 됐다. 미국 자동차노조(UAW) 파업에도 자동차 가격 내림세가 이어진 것도 시장을 환호하게 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주거비는 전월보다 0.3% 올랐고, 주거비 중 임대료는 0.5% 상승했다. 에너지가격 하락세를 주거비가 상쇄한 것이다. 주거비는 물가상승 기여도는 70%에 달했다. 주거비만 잡힌다면 2%대 물가도 가능하겠지만, 주거비는 올해 내내 전월대비 0.3~0.6%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시장은 소폭이나마 물가 둔화가 이어졌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2.37%나 급등했고, 10년물 국채금리도 전 거래일 대비 19bp(1bp=0.01%포인트)나 급락한 4.44%까지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장 마감시간 기준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0.2%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낙관론이 시장 전반에 팽배해진 것이다.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이번 보고서는 10월 고용보고서와 함께 고려하면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이 지난 7월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며 “연준의 다음달 회의의 핵심 논쟁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 중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반영할지 여부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 보는 금리인하 예상 시점도 내년 7월에서 5월(25bp: 50.5%, 50bp: 18.6%)로 앞당겨졌다. 3월 인하 가능성도 35%에 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경기침체에 연준이 내년 3월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해 무려 275bp가량을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하지만 시장이 지나치게 앞서 간다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근원물가가 연준 목표치(2%) 대비 두 배에 달하고, 국채금리 하락 등 금융여건이 다시 완화되면서 자산가격이 상승해 다시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것이라는 우려다.

연준 내 비둘기파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마저 경고에 나섰다. 그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때 그 과정에는 항상 몇몇 장애물이 있다”며 “(물가 둔화)진전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월가 황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시장이 단기적인 수치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연준이 지금으로서는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게 옳지만 조금 더 올려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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