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동물실험 돕는다"…카카오벤처스가 꿈꾸는 '디지털 헬스케어'
임상시험 디지털화·클라우드 EMR 플랫폼 등 개발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카카오벤처스와 패밀리사들이 AI(인공지능), 데이터 활용 등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환자 진료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임상시험 등에도 디지털 기술을 결합시킨다는 목표다.
카카오벤처스는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디지털헬스케어 패밀리가 바꾸는 의료 인프라'를 주제로 브라운백 미팅을 개최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이날 간담회에서 ▲AI 기반 전임상 자동화 및 동물모델 행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중인 '액트노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으로 임상 시험을 디지털화하는 '제이앤피메디' ▲클라우드 기반 전자의무기록(EMR) '오름차트'를 개발 중인 세나클소프트 등 3개사를 소개했다.
실험동물 이상행동 'AI'가 대신 관찰…실험 비용 4분의1로 줄였다
특히 액트노바가 초점을 두는 것은 뇌질환 같이 행동 분석이 필요한 분야다. 뇌질환 등은 염증·종양 같은 일반적 질병에 비해 진단 소요 시간이 10배 이상 오래 걸리고, 정량화하기도 어렵다. 발작, 기억상실, 정신착란 등의 행동장애를 사람이 일일이 지켜보면서 진단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될 뿐더러 정확성도 떨어지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액트노바는 AI가 24시간 동물 실험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행동을 확인해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 사람이 만들었던 데이터를 딥러닝 학습한 뒤 실험 동물들의 특정 행동 횟수를 세는 식이다. 이같은 AI 소프트웨어 서비스 뿐만 아니라 AI가 관찰할 수 있도록 실험 동물의 행동을 촬영·녹화하는 하드웨어 장비까지 마련했다.
액트노바는 현재까지 실험동물의 발작행동 분석을 총 3만시간 수행한 결과 기존 프로세스 대비 비용을 75% 절감하고 소요 시간도 66% 줄였다고 강조했다. 업계 최초의 SaaS 기반 행동 분석 프로그램인 '액트버스'도 개발 중이다.
액트노바에 따르면 뇌질환 치료 등과 관련한 행동 분석 시장은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관련 치료제 시장이 5년 뒤 260조원으로 예상되는 수준이다. 액트노바는 기존 신약산업 업체들의 유산들을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으로 혁신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 임상시험을 비대면으로?…원격 데이터플랫폼 구축
의사가 보던 내 의무기록, 내 폰으로 쉽게 본다…클라우드 플랫폼 개발
제이앤피메디는 국내 최초 DCT(분산형임상시험) 방식 디지털 치료제 확증 임상시험을 성공하고, 임상운영 및 데이터 관리 솔루션 '메이븐 클리니컬 클라우드'로 임상시험의 디지털 전환(DX)을 꾀하고 있다.
메이븐 클리니칼 클라우드는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부터 데이터 수집, 시험 결과 확인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원격·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 각 단계에서 필요한 웹 기반 원격임상시험 데이터 수집 및 모니터링, 전자서명을 비롯한 문서관리 솔루션, 약물감시(PV) 전문 솔루션 등의 기능도 담겼다.
제이앤피메디는 지난 2020년 설립된 이후 지난해까지 130개 이상 임상시험 실시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통해 2000명 이상 솔루션 사용자, 1만명 이상 임상시험 대상자 등록, 300만개 이상 데이터 레코드 등 성과를 냈다.
또한 임상시험 과정을 원격으로 진행하면서 대상자 모집기간이 50% 이상 줄었고, 임상시험장 직접 방문 횟수 66% 이상 감소, 임상시험 대상자 이탈률 40% 이상 감소, 연구자·대상자 만족도 100% 상승 등의 효과를 보기도 했다.
세나클소프트는 의사들이 관리하던 전자의무기록 'EMR'을 환자들도 손쉽게 볼 수 있게 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오름차트'를 개발하고 있다. 병원 진료 시 의사들은 EMR을 통해 환자의 병력, 과거 진료 내역, 복용 약물, 호소 증상 등 모든 의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EMR은 각 병원마다 따로 관리되고, 통일된 플랫폼 등도 없는 상황이다. 환자가 자신의 의무기록을 보고 싶으면 병원에 요구해 열람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이에 세나클소프트는 오름차트를 통해 EMR과 개인건강기록(PHR)을 한 플랫폼에서 한번에 관리하고 손쉽게 경과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름차트의 PHR 서비스에는 진료·보험·의료기록·약물 복용 관리·접종 관리·의료 콘텐츠 등의 정보가 모두 담길 전망이다.
혈압으로 예를 들면 의사가 환자의 오름차트 앱에 정상 범위 기준을 입력해두면 환자가 매일 혈압을 측정·기록했을 때 정상범위를 벗어나면 바로 의사와 환자에 모두 알림을 주는 식이다. 이같은 정보는 의사의 EMR과 환자의 PHR에 모두 저장돼 질병의 경과 등을 양측이 모두 관찰해나갈 수 있다.
세나클소프트는 이같은 오름차트의 기능에 정부 인증 등을 받아 공적 성격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개인 의무정보를 담는 서비스를 통해 유사 시 의료기관에서 빠르게 환자 정보를 파악하고 필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저희 패밀리사들은 직접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그 기반이 되는 헬스케어 회사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플랫폼의 핵심인 상호 관계성을 강화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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