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킬의 시대'… 우리 회사 HR의 역할은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업종을 막론하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화두다.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 디지털 신기술을 이용해 기존 비즈니스와 업무 프로세스, 시스템, 조직 등을 새로운 방식으로 혁신하는 경영활동을 말한다. 요즘 기업들에게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다. IT업계 뿐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디지털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 전환은 HR에게도 고민거리를 남겼다. 특히 디지털 전환으로 일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에 관심이 뜨겁다. 여러 전문가와 연구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예측하는 바는, 디지털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이 근본적으로 전환되면서 일의 상당 부분이 기계로 대체되거나, 전혀 다른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의 미래에 대비해 기업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세계경제포럼의 <일의 미래 연구>는 이 질문에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비즈니스 실행에 필요한 미래 스킬 규명 △구성원이 미래 스킬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 △부족한 스킬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 등 대부분의 대책이 ‘스킬’로 수렴하는 모습이다.
사실 우리는 스킬보다는 역량이란 개념에 보다 익숙하다. 실제로 두 용어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혼용될 때가 많다. 스킬과 역량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역량의 등장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국무성에서는 외교관을 선발할 때 IQ점수가 높고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선발 방식의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높은 시험점수를 받은 이들 중 실제 업무에서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선발점수가 높지 않았으나 훌륭한 업무성과를 만드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당시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맥클랜런드(David C. McClelland) 박사에게 외교관 선발기준 개선 연구를 의뢰한다. 이 연구에서 맥클랜런드 교수는 업무성과를 예측하는데 쓰이던 지능검사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업무성과를 이끌어내는 개인의 근본적 특성으로 역량을 제시한다.
역량은 어떤 일을 감당하거나 해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학술적으로는 특정 상황이나 직무에서 고성과자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내재적 특성으로 정의한다. 역량은 여러 요소의 집합체로 간주되어 흔히 빙산에 비유된다. 우선, 지식과 스킬은 빙산의 수면 위에 드러나는 부분으로 후천적 학습과 측정이 용이한 영역이다. 반면 자아, 특질, 동기 등은 수면 아래 위치한 부분으로 변화와 측정이 어려운 영역으로 구분한다.
이렇듯 역량은 여러 요소가 혼재된 개념이다 보니 개발·관리가 수월하지 않은 편이다. 특히 빙산모델의 수면 아래 영역은 선천적 성격이 강해 단기간에 개발하기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데이터분석 소프트웨어 사용방법은 몇 시간 안에도 익힐 수 있지만, 그 시간 안에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완벽하게 갖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스킬은 특정 과업 또는 세부활동을 높은 수준으로 수행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다소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역량과 달리, 일을 능숙하게 수행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세부 요건을 말한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이라는 과업을 잘 수행하려면 예산 관련 지식, 시장 조사, 경쟁 전략 수립 등의 구체적인 스킬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스킬은 의미하는 바가 구체적이기 때문에 개발·관리가 역량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특정 산업지식, 보고서 작성 스킬을 떠올려보자. 이러한 스킬은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며칠에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습득할 수 있다. 스킬의 측정 역시 손쉽다. 누군가가 얼마나 ‘창의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달라지지만, ‘자바 프로그래밍’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상대적으로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스킬보다 역량에 관심이 높았다. 1990년까지 국내 기업들은 고도성장기를 누렸는데, 이 시기에 기업들이 집중한 키워드는 ‘고성과 창출’이었다. 그러다 보니 HR에서는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구별하는 요소로 역량에 주목한다. 이 당시 강조한 역량의 초점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나 일하는 방식, 문화 등과 연계한 행동적 측면이 강했다.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전문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보편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자주 발현하는 범용인재를 뽑아, 이들을 조직 전반에 활용하는 인사운영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기조는 2000년대 이후 변화를 맞이한다. IMF 외환위기와 닷컴 버블 이후 인터넷, 첨단 정보통신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이전에는 안정적인 경영환경 속에서 열정이나 끈기같이 다소 추상적인 행동역량을 강조했다면,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는 경영환경에 접어들면서 경쟁우위를 위한 전문성 확보에 점차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채용공고 등에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스킬을 세세히 명시하기 시작한다.
스킬을 강조하는 모습은 2020년대에 들어서며 보다 가속화된다. 4차 산업혁명, 산업간 융복합화, 불확실성 증대 등 역동적인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이에 단순히 현재 필요한 전문성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스킬 트렌드, 스킬 간 관계까지 분석하여 인재전략에 반영하는 추세다.
스킬은 이제 일의 언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신재생에너지로 재편하는 토탈에너지스,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에서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기반으로 비즈니스 중심축을 이동하는 IBM,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분야에 과감히 뛰어드는 노바티스 등 여러 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 혁신을 모색 중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사업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스킬을 중심에 두고 인재전략을 펼치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우선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미래 스킬이 무엇인지 규명하는데서 출발한다. 이후 미래 스킬을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재편하는 한편, 구성원의 자발적인 업·리스킬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러한 플랫폼에서 구성원은 자신의 스킬 수준을 진단할 수 있으며, 플랫폼 내 장착된 인공지능은 구성원의 스킬 수준을 감안한 최적의 학습과정과 업무기회를 추천한다.
스킬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 구성원을 미래 스킬로 인도하는 HR역할을 고민해보자. 이는 곧 일의 미래에 대비해 구성원의 고용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여정이 될 것이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 HR컨설팅 서비스 리더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국경제·모바일한경·WSJ 구독신청하기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알바생도 없다" 애타던 사장님들…드디어 등장한 구세주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 수심 5m 아래서 한 시간 버텼다…'에어포켓' 만든 그 車 화제
- 해상풍력 업계 날벼락에…공매도 베팅으로 웃은 헤지펀드들
- "월세 올라도 못 떠납니다"…신림동 청년의 눈물 [현장+]
- LG트윈스 우승 세리머니에 등장한 금빛 샴페인의 정체
- 세븐틴 등장에 유네스코 본부 '들썩'…"쟤들은 실패할 거라 했지만" [종합]
- 손잡이 잡고 '날아차기'…지하철 만취男, 중학생 묻지마 폭행
- 남현희 분노의 SNS…"싸가지 없는 거 봐라? 나 아니다"
- '우표 수집가의 성배' 24센트짜리 美 우표, 경매서 26억원 낙찰
- "30년 믿고 산 남편…유품 정리하다 불륜사실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