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주 입찰서 가족회사간 담합…공정위, 과징금 2.5억 부과

유성계전·다온시스, 부부 각각 대표이사
사실상 1개 업체…최종 보고라인도 같아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디지털변전소 운영시스템 구매 입찰에서 가족회사 2곳이 담합한 게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15일 유성계전과 다온시스 등 2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억56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한전이 발주한 14건의 디지털변전소 운영시스템 구매 입찰에서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

해당 업체들은 부부가 대표이사를 각각 맡고, 양사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가족회사다. 외부적으로는 경쟁 관계인 척 입찰에 참가했으나,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인 셈이다.

유성계전의 대표는 다온시스의 실질적인 대표로도 활동했다. 이에 규격·가격입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 한명의 직원이 양사의 입찰 업무를 동시에 담당했으며 입찰 업무의 최종 보고라인이 유성계전의 대표이사로 같았다.

이런 방식을 통해 3건의 입찰에서 유성계전 또는 다온시스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디지털변전소의 운전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설비를 제어하는 시스템은 민간발전소의 수요가 없어 한전이 유일한 수요처다. 설계·제작에 상당한 기술수준이 요구돼 국내에서는 이들은 포함한 사업자 10여곳만이 업을 영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1개 사업자가 가족회사 등을 동원해 다수 사업자의 명의로 입찰에 참가해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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