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마저도 전세사기 가담했다

보증금 부풀려 전세계약 뒤
보증공사서 보험금 빼돌려

전세 사기가 전국적으로 일어나자 임차인마저 이런 세태에 가담해 수억 원의 이익을 챙긴 사례가 발생했다. 이들은 부동산업자에게 리베이트를 받고 전세보증금을 부풀려 계약한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부풀려진 계약금만큼 대위변제를 받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챙겼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한 달간 보증금을 부풀려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근거로 HUG로부터 과다한 보험금을 빼돌린 임차인 3명을 검거해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부동산업자들이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사지원비 명목으로 보증금 일부를 돌려준다는 점, 이때 전세계약서가 실제로 부담한 보증금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작성된다는 점, HUG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전세 피해자가 될 경우 이 금액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악용했다. 피의자들은 먼저 여러 부동산업자를 접촉해 리베이트를 흥정하고, 이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리베이트는 인당 약 2000만 원씩이었다. 전세보증금이 2억5800만 원이라면, 이들은 리베이트를 더해 2억7800만 원에 계약서를 작성했다. 전세계약이 종료될 때쯤 HUG에 보증 이행을 청구해 계약서상 보증금인 2억7800만 원을 대위변제 받는 방식이다. 이들이 HUG로부터 변제받은 금액은 총 8억2800만 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임차인들이 사전에 전세 사기 물건이라는 것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의도적으로 보증금을 부풀려 계약했든,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했든 부당한 이익을 보는 구조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 혐의가 성립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