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물가 이어 소비 둔화 기대…장중 환율, 1300원 지지[외환분석]

이정윤 2023. 11. 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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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한 때 1300.3원까지 하락
미 10월 소비자물가·근원물가 예상치 하회
미 국채 금리 급락·달러화 약세 전환
中 10월 경제 지표 개선…위안화 강세
외국인 투자자 국내 증시서 3000억원대 순매수
“소매판매 하락 기대…달러 매도세 다음날까지 연장”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선이 지지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둔화에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커지며 환율이 28원 이상 급락했다. 여기에 10월 중국 경제 지표가 개선되고 미국 소비 둔화 기대감도 커지면서 오후에 추가 하락해 1200원대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물가 서프라이즈에 달러화 약세

1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전 11시 34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28.9원)보다 27.5원 내린 1301.4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21.9원 내린 1307.0원에 개장했다. 개장 후 1300원 중후반대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오전 11시 중국 지표 발표를 기점으로 초반대로 추가 하락했다. 장중 한 때 1300.3원까지 내려가며 1200원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미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2%로 월가가 집계한 예상치(3.3%)를 소폭 밑돌았다. 직전월 상승률(3.7%) 대비 크게 둔화했다.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로는 보합(0.0%)이었다. 역시 시장 예상치(0.1%)보다 밑돌았고 전월 상승률(0.4%) 대비 크게 하락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0%, 전월 대비 0.2% 각각 올랐다. 시장예상치는 각각 4.1%, 0.3%였다. 여전히 연준 목표치 대비 2배 높은 4.0%이긴 하지만, 2021년 9월 이후 최소 상승폭을 기록했다. 6%를 넘던 수치가 4%까지 내려온 셈이다. 근원물가는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연준이 보다 중시 여기는 지표다. 그만큼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끝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진 셈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다음 달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0%로 급락했다. 전일만 해도 14.5%였는데 아예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내년 6월 25bp(1bp=0.01%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은 56.3%까지 올랐다.

물가 둔화에 미 국채 금리는 급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8.0bp나 급락한 4.456%를 나타내며 4.5%를 하회했다. 달러화도 약세로 전환됐다. 달러인덱스는 14일(현지시간) 저녁 9시 36분 기준 104.14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이후 두 달여 만에 104선으로 내려온 것이다. 달러 약세에 달러·엔 환율은 150엔대로 내려왔다.

이날 장중 발표된 10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동월대비 4.6%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4.3%를 웃도는 수준으로 전월 증가폭(4.5%)보다도 높다. 10월 중국 소매판매는 같은기간 7.6%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7.0%를 상회했다. 전월 증가폭(5.5%)를 크게 넘는 수준이다. 소비지출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이 70%를 넘길 정도로 중국 경제의 핵심이다. 농촌을 제외한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 자본 투자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대비 2.9% 증가해 전망치·전월치(3.1%)에 못 미쳤다. 8개월째 하락세다. 중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자 장중 달러·위안 환율은 7.26위안에서 7.25위안으로 하락하며 위안화 강세를 나타냈다.

국내은행 딜러는 “미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5%의 바닥을 확인하면서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많이 없어졌다”며 “이에 달러인덱스 방향이 아래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환율이 워낙 급하게 내려와서 1300원을 지지하는 비드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증시의 훈풍이 국내증시에도 이어지며 이날 주가는 1% 이상 급등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8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200억원대를 사들이고 있다.

오후 1200원대 터치 가능…소매판매 둔화 시 내일 추가 하락

장 마감 이후 우리나라 시간으로 저녁 10시반께 미국 10월 소매판매도 발표된다. 소매판매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전월비 -0.3%로 9월(0.7%)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매판매가 전월비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인플레이션 둔화 전망을 뒷받침해, 추가 환율 하락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은행 딜러는 “중국 지표가 나쁘지 않았고 미-중 정상회담 이슈들이 시장에 오후적이 내용이 많아서 오후에 환율이 더 내려갈 수 있다”며 “미국 증시가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소매판매가 너무 낮거나 높지 않은 이상 시장에선 좋게 해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소매판매가 10월 학자금대출 상환 재개 및 카드 연체율 증가 등에 따라 크게 둔화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는 만큼, 달러 매도세 및 금리 하락세는 내일까지 연장될 개연성이 농후하다”며 “금일 환율은 1300원 초반까지 갭다운 후 1290원대를 1차 목표로 하락 흐름 연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윤 (j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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