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도 연기도 ‘힘 빼기’가 중요”···‘만분의 일초’ 주종혁[인터뷰]

최민지 기자 2023. 11. 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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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개봉한 <만분의 일초>에서 주종혁은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한 검도 선수 ‘재우’를 연기한다.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만분의 일초>(15일 개봉)는 검도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한국 영화다. 온통 군청색인 도복에 호면(護面)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이 서로에게 검을 겨눈다. 발구름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퍼지고 죽도가 맹렬히 부딪치다 보면 어느새 승패가 갈린다. 승부를 가리는 데 ‘만분의 일초’면 충분하다. 차갑되 뜨거운 세계다.

이 세계 한가운데 주인공 ‘재우’를 연기한 배우 주종혁(32)이 있다.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모술수’ 권민우 변호사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매우 낯선 얼굴을 하고서다.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둔 지난 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주종혁은 “누구나 아픔과 상처가 있지만 재우는 안고 살아간다”며 “이런 인물을 잘 표현해 많은 분들의 공감대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는 검도 국가대표 최종 선발 라인업에 오른 재우가 3주간 합숙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재우는 어린 시절 불행한 사건으로 형을 잃었다. 이 일로 아버지는 집을 떠났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선발전에서 형을 죽게 한 ‘태수’(문진승)를 상대로 만난다. 잔잔했던 재우의 마음은 요동친다.

주종혁은 흔들리는 재우의 내면을 호면 속 눈빛, 오른손에 들어가는 힘의 정도, 턱 근육의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말수가 매우 적은 인물인 데다 호면의 철망이 얼굴 대부분을 가리기 때문이다. “호면을 쓰면 살짝만 움직여도 눈이 가려져요. 그 사이로 재우의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려 신경을 많이 썼어요.”

내면뿐 아니라 외면도 철저히 검도인이 되어야 했다. 재우가 시합에 나가기 전 양손을 모으고 묵상하는 모습이나 호면을 쓰기 전 두건을 감는 손놀림은 오랜 훈련의 결과다. 그는 두 달간 검도 체육관에서 훈련을 받고 용인대 검도부 학생들과 합숙을 했다.

주종혁은 사실 무도인이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일찌감치 태권도를 익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4단이 됐다. 그런 그에게도 검도는 낯설었다. “따라갈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만분의 일초>는 검도의 세계를 그린 첫 한국 영화다.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

“행동은 흉내낼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의 자세나 기세랄까, 거기엔 굉장한 내공이 필요해요. 평소엔 순박한 친구들인데 호면을 쓰는 순간 딱 기운이 달라지거든요.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오랜 시간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거겠죠. 그런 부분들을 흉내내보려 했어요.”

영화 속 재우는 뛰어난 검도 선수지만 태수를 마주하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만다. ‘힘 빼기’는 재우가 풀어야 할 과제로 묘사된다. 주종혁은 자신에게도 힘 빼기가 중요했다고 했다.

“오디션 때마다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다 이겨야지’ 하는 이상한 마음이 생기면서 딱딱해지곤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새롭게 만난 누군가에게 내 연기를 재밌게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들어갔어요. 거기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힘이 빠졌습니다.”

최근 1년 사이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지난 9월에는 주연작 <한국이 싫어서>로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도 찾았다. “작년부터 ‘처음’이 많아요. 첫 인터뷰, 첫 시사회, 첫 화보… 모든 순간을 소중히 잘 기억하고 싶어요. 인터뷰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요.”

주종혁은 최근 한 드라마 촬영을 마쳤다.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이 드라마에서 그는 트로트 가수를 연기했다. “신나게 춤추고 노래했다”는 주종혁의 다음 얼굴 역시 새로울 듯 하다.

배우 주종혁.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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