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무인화 바람도 ‘휴먼 터치’가 선도할 것” [2024 컨슈머포럼]

2023. 11. 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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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 기조강연
기계로 뽑는 면보다 수타집도 인기
생태계 급변해도 사람이 중요한 요소
반대의견 가진 사람에 기회 생길 것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4 컨슈머포럼’에서 ‘판 바뀐 유통시장: 컨트래리언이 뜬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로봇 채용과 자동화는 고객에게 안 보이는 곳에서, 보이는 곳에서는 ‘휴먼 터치’를 우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한때에는 중국집에서 면을 기계로 뽑는 것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수타 자장면의 인기도 같이 높아졌습니다. 기계로 면을 뽑는 게 훨씬 (모양이)예쁘지만, 수타에 끌리는 사람들도 많다는 의미입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경제대학장은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4 컨슈머포럼’ 기조강연에서 유통시장의 미래에 대해 “로봇 채용과 자동화는 고객에게 안 보이는 곳에서, 보이는 곳에서는 ‘휴먼 터치(Human Touch·사람의 손길)’를 우선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이 중요한 요소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학장은 최근 국내 유통시장이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국내 유통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오랫동안 부진했던 소비가 더 위축됐고, 이는 유통시장의 성장을 저해는 거대한 악순환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 학장은 저금리, 통화팽창, 세금 부담 증가로 소비 여력 악화, 자영업의 과당경쟁 심화 등을 국내 유통시장 성장의 걸림돌로 지목했다.

그는 “김대중 정권 이후 계속해서 통화팽창이 이뤄지며 집값이 뛰었다”며 “일반 가계가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뛰어들어 현재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GDP 대비 조세수입 총액의 비율은 예전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끝에서 세 번째였지만, 지난 정부에서 크게 증가해 지금은 38개 회원국 평균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세금 부담이 높으니 당연히 소비 여력이 높을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국내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원활하지 않는 상태에서 자영업의 과당경쟁이 자영업자를 비롯한 상당수 유통시장 종사자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학장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유통시장의 해결책으로 ▷기술 혁신 ▷팬데믹 ▷인구구조 변화를 제시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디지털화, 온라인화 등으로 대표되는 신기술 발전에 의해 유통시장에 여러 혁신이 접목됐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으로 소비 행태가 변화했다”고 했다. 이어 “인건비 부담을 덜고 싶은 점주의 욕구를 해결할 로봇·자동화 기술이 등장하며 유통업의 뼈대를 바꾸고 있다”며 무인점포 시대를 언급했다.

다만 김 학장은 무인화가 유통시장에서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혼밥(혼자 밥 먹는 것)’ 하는 이에게 식당에서 기계와 대화하는 세상은 공포영화나 다름없다”며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가 현저히 주춤하거나 반대로 가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항아리형’에서 벗어나 젊은층이 얇아지고 노령층이 두터워지는 ‘고려청자형’으로 바뀌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그런데 집값이 오르면서 자산 가치가 증가해 인류 역사상 이렇게 노령층이 많은 돈을 가지고 퇴직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이든 세대가 매일 방문하는 점포마저 (무인화로 인한)외로움이나 소외를 느낀다면 이들에게 세상은 일종의 ‘공포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학장은 이른바 ‘컨트래리언(contrarian·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람은 영혼의 동물이기 때문에 혼자 살 수 없다”며 “유통업의 주축인 소매 점포의 무인화·자동화는 사회적 신뢰지수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가장 많이 진전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무인화해야 한다’, ‘사람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너무 (이쪽으로만)치우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학장은 “이 타이밍에서 오히려 휴먼 터치 등 반대의 힘에서 기회가 창출되는 사례가 늘 것”이라며 “시니어·1인 가구는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온화함, 따뜻함 등 휴먼 터치를 필요로 한다. 사람의 정감을 느끼게 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사업자, 기업, 점포에게 기회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AI가 제시하는 것이 모두 정답이 아니다”며 “휴먼 터치가 결여된 무인화 트렌드는 결국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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