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눈앞' 허구연 KBO 총재, 풀어야 할 과제는[기자수첩]

김희준 기자 2023. 11. 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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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연임을 눈앞에 뒀다.

KBO 이사회는 지난 8일 2023년 제5차 이사회를 열고 2024년부터 3년간 임기를 수행할 25대 총재 후보 선임에 대해 심의한 결과 허구연 현 총재를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KBO 총회에서 최종 심의·의결하면 허 총재의 연임이 확정된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된 만큼 총회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KBO 정관 제10조에 따라 총회에서 재적회원 4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제25대 총재로 정식 선출된다.

허 총재는 정지택 제23대 총재가 지난해 2월초 자진사퇴한 뒤 프로야구의 새로운 수장에 올랐다. 임기는 정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올해 12월 31일까지였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허 총재는 프로야구가 출범 40년 만에 맞은 첫 야구인 출신 총재였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허 총재 이전에 40년 동안 14명의 총재를 거쳤는데, 이 중 10명은 정치인, 4명은 기업인 출신이었다.

정치인, 기업인 출신 총재보다 현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야구인 출신인 만큼 기대가 컸다. 여러 이해관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었다.

어느 정도는 기대에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총재 체제 하에서 KBO리그의 흥행은 성공적이었다. KBO리그는 올해 역대 3번째로 많은 810만326명의 관중을 불러들였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전 LG 트윈스 이천웅의 불법 도박, 서준원의 미성년자 성범죄 연루,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의 뒷돈 요구 의혹, 중계권 관련 비리 의혹 등 각종 악재가 터졌지만 흥행에서는 선전했다.

국제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사를 겪었지만 올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역사상 가장 전력이 약하다는 우려 속에서도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허 총재는 인프라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틈틈이 소통하며 '발로 뛰는' 모습도 연출했다.

심판의 오심에 곧바로 징계를 내리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내년부터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과 피치클록(투구시간 제한)을 전격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도 주도했다.

KBO 이사회에서는 이런 점들을 높게 평가해 허 총재의 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성과도 있지만 KBO리그의 내실도 다져야하는 상황에서 너무 외연 확장에만 힘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행사에 목매기보다 내부 집중력 강화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주장이다.

허 총재는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초청 대회를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무산돼 망신을 당했다. 사실상 무산되기는 했으나 야구계 관계자들의 반대 여론에도 2024년 KBO리그 개막전을 미국에서 여는 방안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또 올해 KBO리그는 우천 취소 관련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못해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허 총재의 연임이 확정되면 다음 임기는 2024년 1월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다. 3년간 허 총재가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전격 도입한 ABS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볼 판정에 대한 논란을 줄이고자 도입하는 ABS를 실행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오히려 경기 중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현재 1군 경기에 정식 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갖췄느냐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KBO의 주요 수익원인 중계권 계약 갱신도 허 총재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다. KBO는 올 겨울 TV·뉴미디어 중계권 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서울 돔구장 건설로 인한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의 대체 구장 확보도 허 총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잠실에 3만석 돔구장을 포함한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단지'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2025시즌 뒤 돔구장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완공 예정시기는 2031년 말이다.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현재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활용 중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대체 구장을 찾아야 한다. 임시 거처로 활용할 구장이 마땅치 않고, 잠실주경기장 사용에는 안전 문제가 뒤따라 묘안이 필요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지만 WBC에서는 참패를 맛본 만큼 국제 경쟁력 강화 또한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이전 선출 때 허 총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년이었다. 뜻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3년 더 주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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