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집주인 연락 뚝…'유흥비로 펑펑' 돈 다 쓰고 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임차인 A(38)씨 등 3명, 숨진 빌라왕 김모(42)씨의 공범 45명,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를 벌인 집주인 B(26)씨와 사촌 관계인 한 공인중개사무소 중개보조원 C(32)씨 등 51명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진은 '사촌형제' B씨와 C씨가 잠적한 뒤 경기도의 한 건축회사 기숙사에 지내던 모습. /사진=뉴시스

경찰이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여 32명에게 81억원의 피해를 입힌 임대업자와 부동산업자 등 총 51명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2019년7월부터 2020년1월까지 정상적인 주택을 중개하는 것처럼 세입자들을 속여 전세사기를 벌인 A씨(26)씨와 B씨(32)씨, 중개보조원 C씨(41)를 사기 등 혐의로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집주인 A씨는 사촌 관계인 공인중개사무소 중개보조원 B씨, 같은 사무소 중개보조원 C씨와 함께 정상적인 주택을 중개하는 것처럼 세입자들을 속여 A씨 명의로 주택을 취득했다.

C씨와 D씨가 실제 매매가액보다 높게 설정된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할 세입자를 구해오고, 계약이 체결되면 A씨에게 주택 소유권을 이전시켰다. 이때 입금받는 전세보증금과 실제 매매가액의 차액 만큼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나눠가졌다.

이들은 일주일에 주택 1채 이상을 매수하면서 1채당 1500만~2000만원씩 상당의 리베이트를 6개월 동안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각각 약 3억5000만원, C씨는 약 2억5000만원의 범죄수익을 챙겼다. 수익금 대부분은 고급 수입자동차를 리스하거나 주식 투자,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A씨와 B씨는 범행 후 휴대폰을 해지하고 주소를 옮기는 등 피해자들과 연락을 끊고 잠적했으나 경찰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이들이 경기도에 있는 한 건축회사 기숙사에 숨어 현장 근로자로 일하는 사실을 파악했고 지난달 회사 기숙사에서 체포했다.

또 경찰은 지난해 10월 서울 한 호텔에서 사망한 '빌라왕'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일부 임차인이 부동산업자에게 리베이트를 요구해 지급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 고의로 보증금을 부풀려 체결한 전세 계약서를 근거로 지난 9월부터 보증보험사로부터 과다한 보험금을 받아 챙긴 임차인 D씨(38) 등 3명과 공범 45명을 검거해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일부 부동산업자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자 지원비 등 명목으로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A씨 등은 여러 부동산 업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자지원비 등 명목으로 자신이 돌려받을 '리베이트'를 흥정하고 이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업자와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세대출 등을 활용해 계약서에 적힌 전세보증금액을 임대인에게 입금했다. A씨 등은 전세보증금이 입금된 같은 날 차명계좌 등을 활용해 2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환급받았다. 이후 전세계약이 종료되는 지난 9월쯤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부풀려진 전세계약서를 근거로 보증이행을 청구해 총 8억28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