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검사 이정섭'의 탄핵을 어떻게 볼 것인가
민주당이 대구고검 차장검사 손준성과 수원지검 2차장검사 이정섭에 대한 탄핵을 발의했다. 손준성 검사는 고발사주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사장 급 인사로 재판 진행 중 승진한 사례가 헌정사에서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난 인사에서 수원지검 2차장으로 승진한 이정섭 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과 이 대표 부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장'에 임명됐다. 수원지검에서 대북송금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검사로는 그가 벌써 세 번째이다.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수원지검에서 차장검사가 3명이나 바뀌었다는 얘기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구약성경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쓰여 있고 희한한 일들이 요즘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드문 일은 드물다'라고 해야겠다.
헌법 규정상 탄핵소추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언제나 가능하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은 꼭 '형'이 확정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법 행위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두 검사에 대한 탄핵 발의 조건은 충분하다고 하겠다. 검사 손준성에 대한 탄핵발의는 더욱 그렇다.
이 검사의 의혹 또한 신체 구속권을 가진 '검사'라는 지위를 볼 때 매우 위중하다고 할 것이다. 처남 부탁을 받고 골프장 직원과 가사도우미 등에 대한 범죄기록을 불법적으로 조회한 의혹을 사고 있다. 부인하고 있다지만 국감에서 공개된 카톡창을 보면 그의 항변은 닳고 달아 보인다.
명예로워야 할 대한민국 검사, 이정섭의 부정 의혹 가운데 '백미'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주목을 덜하지만 대기업 그룹 부회장과의 '스키장 가족모임 스캔들'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기, 인원 출입이 금지된 강원도 스키장 식당에서 그와 가족들은 황제식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별히 주목되는 건 식사 자리에 동석한 대기업 부회장의 이력이다. 이 인사는 십수년 전 이른바, '회장님의 사건'에 관여된 것으로 드러나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다. 회장님을 위해 살신성인(?) 했던 분으로 유명세를 탔다. 법조계 주변에선 "고위급 검사가 이런 인사와 교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패검사' 딱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검사 이정섭에 대한 야당의 탄핵 발의는 성급하고 정무적으로 미숙한 판단이라고 해야겠다. 첫째는 이 검사에 대한 범죄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지만 아직 국민적으로 그 부정행위가 얼마나 인식됐는지 의문이 있다. 검사란 직업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단독 관청'으로 인정받을 만큼 어느 직군보다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진 공직이다. 잘못이 있는 경우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탄핵 발의를 위해선 야당은 검사 이정섭에 대한 여론이 얼마나 무르익었는지를 숙고해야 한다. 그의 부정의혹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파악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야당은 좀 더 추궁하고 숙성시키는 일에 더 전념 했어야 했다.
둘째는 '방탄 탄핵'이라는 역공을 스스로 불러온 것이다. 여당과 검찰은 검사 이정섭이 '특별수사팀장'이라는 직책을 내세워 이재명 대표에 대해 방탄을 하고 있다고 야당을 비판한다. 무엇보다 차가운 이성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한데 야당은 '분노'를 너무 앞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 봤으면 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려면 신중해야 한다. 너무 성급하다.
검사 이정섭에 대한 탄핵발의에서 검찰의 태도 또한 한심하고 몰염치 하다. '온정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할까. 이 정도 사안이라면 선 인사조치하고 직무에서 배제한 뒤 속도 있게 감찰 결과를 내놓는 것이 검찰의 책무이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내놓은 성명은 겨우 외마디 비명 소리 뿐이다. "(이정섭 대신) 나를 탄핵하라". 단호한 조치로 국민 공감을 이끌어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감찰을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태도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청렴 강의에서 제 1법칙은 "행복은 욕망 분의 현실(행복=현실/욕망)"이라고 할 것이다. '욕망'은 기하급수적이고 '현실'은 산술급수적이라고 설명한다. 검사에게 그는 묻는다. "욕망을 현실에서 채울 수 있는가?" 그의 설명대로 욕망이 커지면 현실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행복은 쪼그라든다. 법칙의 의미가 그렇다.
검사 이정섭에게 이원석 총장의 행복 공식은 무엇일까. '욕망'이 커지면 '현실'도 커져 '행복'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어떤 '마법'일까. 이 마법을 검찰 조직으로 확대 적용해 보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욕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검찰 조직의 행복도 증가하는 '마법'일까. 진짜 그런 세상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진심으로 마법과 같은 세상에 산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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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구용회 논설위원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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