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건축의 움직임에 대한 완벽 안내서’ 건축의 무빙[신간]

양형모 기자 2023. 11. 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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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건축의 움직임을 지금 여기의 좌표에서 안내하고 전망하는 "명쾌한 지도".

20년 전 초판본을 만들면서 수류산방은 본문과 각주가 교차하는 형식, 책을 오브제로 삼아 재해석한 사진 등 다양한 실험을 선보였는데, '건축의 무빙'은 이러한 편집 디자인 실험을 수류산방의 총서인 '아주까리 수첩' 체제 안에서 재현하며 의미를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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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의 무빙 (이건섭 저 / 수류산방)

근현대 건축의 움직임을 지금 여기의 좌표에서 안내하고 전망하는 “명쾌한 지도”.

이 책은 다양한 점에서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19세기 후반 이후 근현대 도시와 건축을 형성해 온 움직임을 건축물이나 건축가가 아닌 ‘건축 책’을 통해서 읽어 낸 책이다. 근대 이후 서양 건축은 개별 건축물들의 집합을 넘어서서, 각 시대나 문화권의 미적 담론과 사회 경제 기술의 혁신을 선도해 왔다. 따라서 건축의 이해는 각각의 건물이 세워지게 하는 기술 공학이나 눈에 드러나는 외형적 디자인을 넘어선다.

설계를 하는 건축가의 다양한 선언, 건축 학자들의 연구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사회 활동가의 비판, 도시를 기록하거나 공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들, 기후와 지구 환경에 대한 예측 등이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의 변화를 견인해 왔다.

저자 이건섭은 1980년대 한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대형 설계 사무소에서 건축사로서 근무해 왔다. 이 책은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저자가 출장길에 구하고 퇴근 후에 한 권 한 권 직접 읽어 간 필독서들의 기록이다. 명저들와 건축가들의 소개를 넘어서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는 저작들에 과거와 현재의 서로 다른 이중 시점(dual viewpoint)을 적용해 나름의 판단과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써내려 간 이건섭의 글들은 2005년 수류산방에서 ‘20세기 건축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건축인들과 학생들에게 필독서로 자리잡으며 널리 사랑을 받았다. 새로 나온 ‘건축의 무빙’은 부제에서 밝히듯 책으로 본 〈20(~21)세기 건축의 모험〉 리마스터링 에디션’이다. 오래된 영상이나 음원의 질을 향상시키는 리마스터링 작업처럼, 제작 방식의 변화로 절판되었던 『20세기 건축의 모험』을 디지털 환경에 맞추어 복기했다.

복간에 맞추어 저자가 모든 글을 다시 읽고 지금 시점의 판단을 더욱 보완했으며, 21세기의 새로운 건축가들을 추가해 책의 생명력을 더했다. 개정판이 아닌 ‘리마스터링 에디션’으로 이름한 까닭은, 초판 ‘20세기 건축의 모험’의 체제와 디자인을 ‘개정’하지 않고, 오히려 ‘복원’했기 때문이다. 20년 전 초판본을 만들면서 수류산방은 본문과 각주가 교차하는 형식, 책을 오브제로 삼아 재해석한 사진 등 다양한 실험을 선보였는데, ‘건축의 무빙’은 이러한 편집 디자인 실험을 수류산방의 총서인 ‘아주까리 수첩’ 체제 안에서 재현하며 의미를 증폭시켰다.

근대 이후 건축은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신하고 좌표를 이동하며 발전해 왔다. 그러한 지적 모험의 여정을 읽어 나가면서 독자들은 건축과 도시를 한층 넓은 시야로 조망할 (초)능력을 얻을 것이다. 새로운 제목 ‘건축의 무빙’에는 ‘건축 책’을 통해 건축을 원근법적으로 조망하려는 이 기획의 탁월성을, 그리고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한 ‘이 책’의 입체성을 담았다.

‘건축의 무빙’은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서구 건축 디자인이 밟아 온 사고를 조망하고 해석할 뿐만 아니라, 21세기와 앞으로의 한국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전망하게 하는 ‘명쾌한 지도(최문규, 추천사)’로서, 폭넓은 세대의 독자들과 만남을 기다린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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