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퀴즈] "아무 생각하지마!" 뇌는 멍 때릴 수 있다? vs 없다?
◆ 정은지의 건방진 퀴즈_15
Q.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 뇌는 과연 '멍' 때릴 수 있을까?
① 있다
② 없다
잠시 눈을 감아보자.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할 거야. 최근 끝내지 못했던 일이나, 앞으로의 걱정들, 억울했던 일들, 지나간 과거들, 지금 하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들, 주변사람들의 얼굴, 좀 전에 들었던 노래, 지금 읽고 있는 이 기사 등… 수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갈거야. 자, 이제 그런 생각들을 멈추도록 애써볼까? 1초 2초 3초..,1분…, 그런데 여전히 잡생각들이 그려지지? 생각을 그만두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아. 말 그대로 '멍 때리는 뇌' 상태로 돌입하기가 어렵다는 말이야. 이번 퀴즈는 ② 뇌는 멍 때릴 수 없다!가 정답.
요 몇 년간 뇌에 휴식을 주자는 차원에서 모든 생각을 끊고 가만히 있기, 일명 '멍 때리기'를 권하고 있어. 얽히고설킨 복잡한 주변 것들로 부터 벗어나, 의도적으로라도 잠시 멍해져보자는 취지지. '멍 때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는 상태, 즉 넋을 잃은 상태야. 그런데 의도적으로 '아무 생각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면, 과학적으로 뇌는 멍 때리기가 불가해. 뇌는 정말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10~20% 뇌 활동
뭔가 한 가지에 집중하고 있을 때를 빼면 뇌는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항상 '잡생각'으로 가득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신경심리학과 바바라 사하키언 교수는 "인간의 뇌는 전체 몸 비율에서 2%를 차지하고 전체 에너지의 20-25%를 소모하고 있다"며 "생각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인 뉴런은 늘 뭔가를 하고 있으며, 뇌의 거의 모든 영역들이 보고 듣고, 말하고, 근육을 조정하는 것과 같은 각기 다른 신체 기능을 수행할 때 사용된다"고 설명했어. 우리가 '멍 때리자 멍 때리자' 아무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마저 뇌의 움직임 중 하나로 작용하는거지. 에너지 사용을 빼더라도 아무 행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저도 개인에 따라 뇌의 10~20%가 활동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해.
왜 인간은 어떤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멍~한 백지 상태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생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부터 살펴봐야해. 인간이 고등동물로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복잡한 대뇌피질(cerebral cortex)에 그 비밀이 담겨있어.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을 구성하는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으로 생각, 기억, 웃음 등 인간의 감각의 전반적인 활동을 담당하지. 인간의 대뇌피질에는 뉴런 수(neurons, 신경세포)가 다른 영장류보다 월등히 많아.
요즘 인공지능 AI와 인간의 뇌를 견주는 글에서 인간의 뇌에 존재하는 뉴런의 수 1000억 개라는 말을 많이 하지? 이 수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이 수많은 각각의 뉴런은 시냅스(synapses)로 서로 연결돼. 바로 '생각'을 주관하는 부분들이야. 사실 뇌의 주된 기능은 뉴런 수보다는 이들 뉴런 사이의 이 시냅스 연결 개수에 좌우돼. 3살 아이의 뇌에는 1000조 개, 성인의 경우 5000조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시냅스의 연결은 곧 뇌의 정보처리장치로써, 경험과 배움을 통해 뇌에 입력된 것이 많아질수록 시냅스도 늘어난다고 할 수 있지. 살아있는 한 시냅스의 작동은 멈추지 않아. 시냅스들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기억 인지 판단 결정 등 생각과 관련한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하는거야.
뇌의 생각을 멈추는 일은 왜 불가능할까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의 뇌 과학 섹션 '뇌에게 물어봐(Ask the Brains)'에서 존스 홉스킨 대학교 신경인지과학 바리 고든 교수는 인간이 생각을 멈추는 것, 즉 완전히 백지가 되게 하는 것은 왜 불가능한가에 대해, "위험과 기회 속에서 생존을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뇌의 작동"이라고 설명했어. 예부터 먹이를 찾고, 도구를 이용하고, 요리를 하는 등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을 해왔으며, 이러한 지속적 생각이 인간을 고등 영장류로 진화하게 만들었다는거지.
그러면서 그는 "현대 사회에서는 언제나 주위의 수많은 정보 속에서 위험과 기회에 휘둘리고 있다"며 "이 가운데 자신에 최적화된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무의식 가운데서도 뇌는 계속 움직이고, 이는 곧 엔진을 켜놓으면 어떤 정보를 검색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 엔진서버와도 같다"고 풀이했어. 뇌에서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는 사실상 없다는 말이야.
이에 따라 뇌는 '생각이 없는 백지 상태'는 불가하지만 '잡생각이 덜한 상태'를 의도할 수는 있어. 영국 리즈 베켓대학교 심리학과 스티브 테일러 박사는 잡생각이 덜 들게 하는 뇌의 상태는 바로 명상에 있을 때라고 해. 그는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려 하는 순간이나 수술대에 누워 마취가 들기 전까지도 인간은 잡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며 "잡생각을 내려놓는 유일한 방법은 의도적으로 명상을 하거나 잠을 자는 것"이라고 조언해.
어떤 점에서 '멍 때리다'는 '짧은 명상'이라 이해하는 것이 맞겠지. 멍 때리기가 뇌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는 명상이 뇌 건강에 좋다는 것에서 유래한거야. 많은 연구를 통해 명상은 뇌 건강을 지키는 비결로 꼽혀져 왔어. 잡생각을 떨치는 명상은 뇌의 부피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뇌 건강을 지키는 비결로 추론되고 있어.
뇌 휴식을 위한다면 명상과 수면으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뇌의 뉴런 시냅스 작동에 따라, 당신의 '의도적인 멍 때리기'는 뇌에 제대로 휴식을 가져오지 못할지도 몰라. 위에서 설명했듯 휴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뇌가 멍해지는 것이므로, 뇌에 휴식을 주기 위한 '멍 때리기'는 명상으로 잡생각을 조금이나마 더는 것이고, 밤에 잠을 잘 자는거야. 뇌 과학에서 보면 복잡하고 잡다한 생각을 떨쳐낸다는 의미에서 '명상과 수면' 이 두 가지가 뇌 휴식을 주는 '멍 때리기'에 가장 근접한 방법이라는 거야.
특히 잠을 자는 동안 뇌의 대뇌피질은 감각모드에서 풀려나 회복모드로 진입하지. 잠을 잔다고 해서 뇌가 아무 일도 안하면서 멍 때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수면은 낮 동안 부지런히 작동했던 뇌에 휴식을 주고 스스로 자정을 통해 회복 및 복구를 진행시켜. 특히 이 때 뇌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고 기존 기억과 통합을 시도하지. 최근 기억과 과거 기억 사이의 연결지점을 찾아 기억을 더욱 확고히 굳히는 과정이 계속되는거야. 복잡한 작동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휴식기에 있으니, 뇌 휴식을 위해서라면 잠을 잘 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지?
뇌가 멍때리는 것은 자연스럽게 '딴 생각하기'
명상과 수면이 아닌, 우리가 의도하고자 하는 생활 속 '멍 때리기'는 역설적으로 '딴 생각하기'에 가까워. 어떤 일을 하던 중 그 일과는 관련이 없는 뇌의 딴생각이나 잡생각을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두는 것, 이것이 오히려 뇌 과학에서 의미하는 '멍 때리기'라는 것이 아닐까. 단지 가만있는 것은 겉모습에서 멍 해 보이는 것이지, 뇌는 어떤 것이든 생각 중에 있으니까.
그러니 뇌에 휴식을 주자는 의미에서 '아무 생각 없는 의도적인 멍 때리기'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해. 자연스레 뇌가 다른 모드로 접어드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거부할 필요가 없을 뿐, 가끔 아무 생각이나 떠오르는 대로 그냥 두는 일이 창의적 생각을 일으키는 멍 때리기일 수 있어. 자, 멍 때리기의 뇌 과학적 의미 정리된 거 같지?
"나는 멍 때린다. 고로, 뇌는 멍 때리지 않는다." 멍 때리기를 향한 뇌의 역설인 셈이야.
※이 글은 '멍 때리기'를 '아무 생각하지 않은 뇌의 상태'라 가정하고, 뇌 생각의 기전을 다룬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여러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매거진, 사이언스아메리칸, 사이언스데일리, 더 가디언 등에 실린 '인간의 생각'에 관한 보도들을 참고 인용했다.
—–<편집자 주>
'건'강 정보 '방'대하다! '진'짜만 골라 '퀴즈'로 풀어보는 <건방진 퀴즈>. 기존의 기사형식을 타파하고 더 친근하게 접근, 퀴즈로 익혀가는 건강 정보 기사입니다. 건방진 퀴즈 컨셉에 따라 살짝 건방진 말투를 사용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한 생활을 바라는 진정성은 진심 가득이니 '반말 사용' 정중히 양해 부탁드립니다. 새롭게 시작한 연재 <건방진 퀴즈>는 매주 1회 찾아갑니다. 궁금증이나 의견이 있으면 '건방진 예의'를 갖춰 댓글 및 메일로 보내주세요. 성실히 기사에 참고하겠습니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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