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긴 소식, 기쁜 소식 전하던 ‘추억의 전보’ 13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선물배달용으로 다시 부활했다가 시들
인터넷·휴대폰 발달에 역사의 뒤안길로
한때 국내에서 주요한 문자 메시지 통신수단으로 활용됐던 전보가 다음달 13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e메일과 휴대전화 사용의 보편화로 전화는 물론 문자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에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2일 ‘115 전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고 15일 밝혔다. 서비스 종료일은 다음 달 15일이다. 사측은 전보 이용량이 급격히 줄어 관련 서비스를 끝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보는 원거리에 있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전신을 매개로 소통하는 수단이다. 우편보다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어 19∼20세기 주요 통신수단으로 활용됐다.
발신자가 관할 우체국에 전화로 메시지를 부르면 가입전신으로 수신자 인근 우체국에 전달했고 사환이 이를 배달했다. 글자가 추가될 때마다 비용이 더 들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줄임말로 보내는 게 특징이다. “승진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축 승진!”으로 간추려 보내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1885년 한성전보총국이 서울∼인천 간 첫 전보를 보냈다. 광복 이후에는 체신부와 KT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서비스가 이관됐다. 전보는 1990년대에 이르러 e메일과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이용량이 급격히 줄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선물용으로 진화했다. KT는 단순 문자만 전달하는 것을 넘어 꽃이나 케이크나 등 선물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2013년에는 이용건수가 238만건에 이르고 매출 규모도 60억원에 달한 적도 있다. 승진철에 전보 서비스에 장애가 생겨 제대로 축하를 못 했다는 일화가 기사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특화 서비스마저 휴대폰 기반으로 대체되면서 전보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굳이 전보가 아니어도 카카오톡 등 인터넷을 활용해 선물과 함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서 KT는 2018년 4월8일 국제 전보 서비스부터 종료했다. 국제 전보 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제대회에 참석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격려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전보는 과거 모바일 메신저 같은 의사소통 수단에 서툴거나 예의와 격식을 차려 문자로 마음을 남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였지만 이제는 그런 효용마저 사라졌다. KT 관계자는 “누적 적자가 증가해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아날로그 서비스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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