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끊어져도, 다시 하자” 김윤식의 ‘4차전 반전투’…‘속성 특훈’ 있었다
그날 가장 눈에 띈 공은 체인지업이었다. 지난 11일 한국시리즈 수원 4차전. LG 선발 김윤식은 지난해 후반기 한창 좋을 때와 흡사한 궤적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출발해 피치터널을 통과한 뒤 타자 앞에서 살포시 가라앉는 ‘김윤식표’ 체인지업 그대로였다.
우타자들이 주력인 KT전에서는 좌투수의 체인지업이 ‘명약’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김윤식이 지난해 정규시즌 KT와 마지막 2경기에서 12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7안타 무실점에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83의 압도적인 피칭을 했던 배경도 물오른 체인지업에 있었다.
염경엽 LG 감독이 한국시리즈 준비 과정에서 김윤식을 바라보며 가장 주목했던 구종은 패스트볼이었다. 패스트볼 구속과 구위가 올라와야 다른 구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윤식은 이를 이해하면서도 내심 체인지업이 늘 마음에 걸렸다. 김윤식 스스로 “체인지업을 놓을 때 작년처럼 손에서 채는 느낌이 오질 않는다”고 고백했다. 실제 올해 들어서 김윤식의 체인지업은 날리듯 밀려 들어가거나 오른손타자 바깥쪽 보더라인을 한참 벗어나 불시착하는 경우가 잦았다.
염 감독과 김경태 투수코치가 김윤식을 시리즈 4선발로 낙점하기 전인 이천 캠프에서의 일이다. 지난달 19일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LG가 합숙훈련에 들어간 뒤 김윤식은 김광삼 불펜코치와 마지막 시도를 선택한다.
김윤식은 지난해 시즌 중에도 틈이 날 때마다 불펜에서 ‘밴드 특훈’을 했다. 허리에 밴드를 묶어놓고, 투구 동작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김 코치가 뒤에서 밴드를 꽉 잡고 있으면, 김윤식은 상체의 전진을 최대한 제어하며 하체 위주의 딜리버리를 거듭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김윤식은 올해 ‘밴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허리 부상으로 재활을 해온 데다 재발 여지를 줄이기 위해 훈련 방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굉장한 ‘모험’이었다. 이천 훈련을 시작하며 김광삼 코치는 “어차피 마운드 올라가서 네 공 제대로 던지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한국시리즈다. 허리 끊어질 각오로 다시 한번 하자”고 뜻을 전했고, 이에 김윤식은 간절함으로 밴드에 몸을 넣었다.
불과 몇 주간의 준비기간이었다. 김윤식은 피칭은 기본 스케줄에 따르면서도 ‘밴드 특훈’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했다. 결과적으로는 시리즈를 위한 큰 선택이 됐다. 김윤식은 이천 훈련부터 조금씩 본연의 체인지업을 되찾기 시작했고, 한국시리즈까지 그 느낌을 그대로 쥐고 갔다.
당초 LG 벤치는 김윤식 등판일에는 ‘+1선발’ 개념의 롱맨을 준비시킬 작정이었다. 이정용의 불펜으로 돌린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윤식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2이닝 3안타 1실점의 기대 이상의 피칭으로 팀의 불펜 운용 시나리오를 ‘최상급’으로 바꿔놨다. LG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체 전적을 3승1패로 만들며 우승 ‘자신’을 ‘확신’으로 키웠다.
이날 김윤식은 87구를 던졌다. 이중 가장 빛난 구종은 KT 우타라인을 흔든 체인지업 28구였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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