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변동장서 살아난 통신·소비재… 경기 방어주가 맞긴 하네
전문가 시선은 냉랭 “통신 포화에 화장품 대장주 부진”
올해 한국 증시는 상반기에 선방하다가 하반기 들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산업재·의료 등 다수 업종이 증시 움직임을 따라 상반기 플러스 수익률, 하반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그런데 ‘통신 서비스’와 ‘필수 소비재’ 업종은 정반대로 상반기 마이너스, 하반기 플러스 수익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투자 심리 약화와 함께 경기 방어주 성격의 업종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업체가 구분하는 10개 섹터 가운데 절반인 5개 섹터(IT·소재·산업재·경기소비재·의료)가 상반기에 플러스 수익률을 보이다가 하반기(11월 14일 기준)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로 고꾸라졌다. 금융이 유일하게 상반기(0.29%)에 이어 하반기(6.04%)에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와 유틸리티 섹터는 상·하반기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고 있다.
나머지 두 개 업종인 통신 서비스와 필수 소비재는 상반기에 부진하다가 하반기 들어 살아났다. 통신 서비스는 상반기 -5.53%에서 하반기 5.92%로 살아났고, 필수 소비재는 상반기 -10.22%에서 하반기 2.08%로 올라섰다. 연초 대비 현재 수익률을 보면 통신 서비스는 0.06%로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고, 필수 소비재는 상반기 극심한 부진의 여파로 아직 마이너스 수익률(-8.35%)에 머물러 있다.
둘의 공통점은 경기 방어주 성격이 강한 섹터라는 점이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수익률이 더 좋아진 금융도 경기 방어주에 묶인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이차전지주 광풍 덕에 상반기 내내 상승했던 국내 증시가 이차전지주 붕괴와 함께 높은 변동성을 보이자 시장 참여자의 관심이 경기 방어주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각 섹터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통신 서비스는 무선통신 업종의 수익률(상반기 -5.52%→하반기 5.98%)이 좋았다. 무선통신 대표주인 SK텔레콤 주가는 7월 초 4만3000원대까지 추락했다가 현재는 5만1000원대를 회복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이 회사 주가는 14일에도 2%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KT 주가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필수 소비재 섹터에서는 담배와 개인생활용품 업종 실적이 좋았다. 이 가운데 담배는 KT&G 주가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초 8만원 초반대까지 하락했다가 지금은 9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연결기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895억원, 4067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담배 제조 원가가 올랐지만, 해외 궐련 수출이 회복했고 연결 자회사 디앤씨덕은의 실적도 개선됐다”고 했다.
개인생활용품에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화장품 관련주가 다수 포함돼 있다. 개인생활용품 업종 수익률은 상반기 -18.13%로 크게 흔들렸다가 하반기 들어 0.75%로 살아났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기 방어주 수익률 개선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이차전지에 쏠렸던 시장 관심이 다른 영역으로 넘어갔을 뿐, 경기 방어주도 속을 들여다보면 웃기 힘든 상황이란 이유에서다. 예컨대 무선통신 업종의 하반기 주가가 상반기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지만, 통신 3사는 시장 포화와 성장 정체에 허덕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전사 차원의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화장품 관련주도 자세히 보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해당 영역 대장주는 성적이 부진한 상태”라며 “코스메카코리아,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관련주가 상대적으로 선방한 덕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도 신중한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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