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주문?'...대체거래소 쟁점 '최선집행의무' 개념은 언제쯤?
이견 팽팽해 당국 결정 기다려...사업추진 차질 우려
대체거래소(ATS) 등장으로 67년 독점체제였던 주식거래시장의 경쟁 체제 마련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ATS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NXT)'의 사업 본격화를 앞두고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최선집행의무'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향후 거래소 수익에 영향을 미칠 주문 기준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자칫 사업 추진이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어느 거래소로 주문 넣어야하나'.. 최선집행의무 쟁점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최선집행의무' 기준의 개념 정립이다.
최선집행의무는 투자중개업자가 투자자의 청약 또는 주문을 최선의 조건으로 집행하기 위해 충분히 합리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본시장법(제68조)에 나오는 내용이다. 투자자 주문이 들어오면 증권사는 △가격 △수수료 △주문규모 △체결가능성 등을 따져 최적의 거래 시장(거래소)을 선택해 주문을 넣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KRX 단독체제였던 만큼 기준 구체적인 개념 정립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ATS 등장으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복수의 거래소 경쟁 체제에서는 무엇을 '최선'으로 두느냐에 따라 매매주문이 들어가는 거래소가 갈릴 수 있다. 이는 거래소 수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예를 들어 A라는 주식을 50주 주문한 개인투자자는 가격, 거래비용 등이 가장 우선순위일 수 있다. 하지만 1만주 이상 거래 물량이 많은 기관투자자는 가격보다 거래속도나 체결 가능성이 더 우선순위일 수 있다. 즉 투자자, 투자성향, 시장환경 등에 따라 '최선'이라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고 이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매매 주문이 들어가는 거래소가 KRX가 될 수도, NXT될 수도 있는 것이다.
KRX는 기존 시장선점 효과로 거래 규모, 유동성 등에 강점이 있는 만큼 기준의 세분화를 요구하고 있다.
KRX 관계자는 "가격조건, 유동성 등에 따라 어느 거래소에 주문을 넣을지가 달라져 '최선집행의무' 기준 마련이 거래소 간 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경쟁 열위에 있다면 조건이 까다롭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최선·최적의 조건을 따지기 위해서는 조건을 세세하게 잡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신생 NXT는 △거래시간 연장 △호가방식의 다양화 △저렴한 수수료를 차별점으로 내세운 만큼 상대적으로 경쟁우위에 있을 수 있는 '비용'에 중점을 둔 기준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다.
투자자에게 최선의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본 대전제가 있지만, 거래소의 향후 수익이 걸린 만큼 이견이 팽팽하자 현재는 기준 구체화의 바통을 금융당국으로 넘긴 상황이다.
금투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NXT는 가격과 비용 중심, KRX는 유동성 등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쟁점이 첨예한 만큼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주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념 정립 진척 더뎌…사업추진 빠듯할 수도
최선집행의무 기준 개념 정립은 비단 거래소만의 쟁점은 아니다. 최선집행의무 이행에 따른 책임을 증권사가 져야 하는 만큼 증권사 역시 향후 법적 책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선집행의무 기준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가이드라인을 만들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2025년 NXT의 사업 본격화를 앞두고 전산작업 등 전체적인 사업추진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선집행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거래소 주문집행 관련 전산작업에 돌입하는데, 아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시스템 구축을 시작도 못 한 상태"라며 "대체거래소 사업 개시까지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진척이 더뎌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에 기준 마련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경쟁체제 마련을 위해서는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에서 기준을 정하면 고객을 위한 최선 주문 집행이라기보다 규정준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상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게 아닐 수 있다"면서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닌 당국에 기준을 맡기는 것은 거래소가 해야할 역할과 책임을 미루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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