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에 기여 못할 ‘혁신’은 의미 없다 [핫이슈]
혁신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 혁신을 통해 총선 승리에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혁신은 수단이고 최종 목표는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안을 수용만 하면 총선에서 이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민심 향배를 너무 쉽게 본 것이다. 예컨대 인요한 위원장이 통합 차원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 사면하고 협력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신당을 창당하려는 그의 몸값만 높여놨다. 인 위원장 구애를 뿌리친 이 전 대표는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신당 참여 인사들 명단이 나돌 정도다. 이런데도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총선 필승을 위해 이 전 대표를 포용하기는 커녕 사면 외에 어떤 제스처도 없다. 그를 다독여 ‘살얼음판’ 동거를 계속할지, 아니면 끝낼지 확실히 해야 하는데 ‘용산’ 눈치만 보며 미적대고 있는 것이다. 이 전 대표를 끌어안기 힘들다면 하루 빨리 갈라서는 게 좋다. 지난 대선과 이후 징계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불협화음에 피곤해하는 국민이 많다. 이 전 대표와 말싸움 공방이 재현되는 것은 득 될 게 없다.
친윤과 중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놓고도 시끄럽다. 새 인물 등장을 위해 길을 터줄 필요는 있지만 이 문제로 내홍이 깊어진다면 표만 깎아먹는 꼴이다. 험지 출마론이 지역 정치에 기대어 쉽게 의석을 꿰차온 고참 의원들의 물갈이는 될 수 있지만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텃밭인 영남에 신참 인사를 투입해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떠드는 것은 정치공학적으로 오만한 발상이다. 거기에는 국민의힘 후보 누가 가도 된다는 식의 접근은 영남은 물론 타지역 유권자들에게도 ‘거저 먹기’라는 인상을 준다. 의정활동 능력이 탁월하고 지역 주민이 원하는데 몇 선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내친다면 정당한 것인가. 만일 그 자리에 영입한 인물이 형편없다면 이건 혁신이 아니라 개악이다. 기존 의원들 가운데 의정 활동에 소홀하거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인물은 이 참에 솎아내면 된다. 특히 다선 의원 배제로 무주공산이 된 영남 공천을 놓고 잡음이 커지면 오히려 몇 석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통령 복심이 작용해 소위 ‘낙하산 공천’이 이뤄진다면 영남 물갈이 효과는 도로아미타불이다. 수도권에서는 잘 알려진 영남 출신 의원이라도 승산이 매우 낮다. 서울의 어떤 지역구도 혁신위가 밀쳐낸 다선의 기득권 의원을 뽑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의 국회 진출 확대를 위한 혁신안도 고민이 필요하다. 혁신위는 총선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 안에 45세 미만 청년을 50% 할당하고, 우세 지역구를 ‘청년 전략지역구’로 정해 그 곳에 청년을 공천하도록 했다. 하지만 청년 비례대표를 뽑는 기준을 어떻게 정해 공정성 시비를 차단할지가 문제다. 또 사회 경험이 일천한 청년이 다양한 분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비례대표제 취지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청년 전략지역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민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말만 잘 하는 사람이 뽑힐 수 있어 공정성과 자격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청년 목소리를 얼마나 잘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도 젊은 의원들이 청년 문제를 대변하는 정치를 하고 있는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기성 정치에 많은 국민이 염증을 느끼고 있지만 총선 승리 없이는 국민의힘이 해보려는 정치개혁은 일어나지 않는다. 혁신위가 내건 불체포특권 폐지, 의원 수 감축, 세비 삭감 등은 총선에서 여당이 크게 이겨 법 개정이 될 때만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4년간 의회 폭주로 볼 때 여소야대가 지속되면 혁신위 방안은 물건너간다. 반면 국민의힘은 혁신위가 내놓은 제안들을 무시할 수 없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혁신위 제안이 다 거부되고 파행으로 끝난다면 지금의 의석도 보전하기 힘들 것이다. 국민의힘은 총선 전략의 큰 틀에서 수용할 것과 그렇지 못할 방안을 분별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어서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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