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무너진 세상에 태어났다"…폭격 속에서 출산하는 가자의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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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를 탈 물도 없다. 몸을 따뜻하게 데울 전기도 없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죽는다."
가자지구의 신생아 전문가인 시린 아베드 박사는 14일(현지시간) 공개된 NBC방송 인터뷰에서 "상황이 극도로 끔찍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쟁 속 임신부들이 처하는 위험을 연구해 온 앤드루 위크스 영국 리버풀대 산부인과 교수는 "가자지구는 탈출할 곳이 없어 산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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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전쟁 스트레스 속 산모들 조산 위험 겪어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분유를 탈 물도 없다. 몸을 따뜻하게 데울 전기도 없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죽는다."
가자지구의 신생아 전문가인 시린 아베드 박사는 14일(현지시간) 공개된 NBC방송 인터뷰에서 "상황이 극도로 끔찍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는 매일 180명 안팎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에 임신했다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은 약 5만 명으로 추산된다.
산모 힌드 샴라크(32)는 난민 보호소에서 간신히 아이를 낳았다.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출신인 힌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이 무너졌다. 이미 만삭이었던 힌드는 무너진 잔해 속에서 어린 아들과 함께 구출돼 인근 학교의 보호소로 옮겨졌다.
그리고 곧바로 극심한 진통이 찾아왔다.
힌드는 출산 당시 "집이 무너질 때 잔해에 깔렸던 것 때문에 나에겐 혈압 문제가 있었고, 폭격으로 인한 분진으로 몸이 상해 있었다"고 회고했다. 지난달 29일 응급 제왕절개 수술로 딸은 무사히 세상에 나왔지만, 배 속에서 이미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힌드는 "무탈히 출산한 것에 신께 감사드리지만, 내 딸은 다친 채로 세상에 태어났다"며 한탄했다.
북부 알시파 병원의 상황은 참담하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식량이 없어 더 이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인큐베이터를 작동할 전력이 없어 미숙아들은 서로 몸을 포갠 채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병원 측은 이미 미숙아 3명은 숨졌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 북부에서 제 기능을 하는 병원은 단 한 곳뿐이다.
전쟁 속 임신부들이 처하는 위험을 연구해 온 앤드루 위크스 영국 리버풀대 산부인과 교수는 "가자지구는 탈출할 곳이 없어 산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전력과 식수가 그나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적인 의약품들이 점점 동나고 있다. 중부 가자시티로부터 대피해 온 주민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NBC는 이곳의 의료진들이 신규 환자들의 수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마헤르 카미스 시르와나 박사는 현재 직원들이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아기들을 받고 있다며 "평소에는 한 400명이 태어나는데, 지난달 7일 이후 800명 이상이 여기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임신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혈압이나 조산 등을 겪을 수 있다. 시르와나 박사는 "이번 전쟁으로 여성들이 임신 7~8개월에 조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산소가 부족해 공간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딸을 낳은 산모 라잔 가잘리(25)는 NBC 인터뷰에서 "수 마일을 걷는 도중에 이스라엘 탱크를 목격했다. 너무 무섭고 피곤했다. 그래서인지 출산을 빨리 하게 됐다"며 "우리 모녀가 건강한 건 신의 자비"라고 말했다.
라잔은 딸을 낳기 전 예쁜 옷을 사 모으면서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자 어쩔 수 없이 옷들을 내버려 두고 피난해야 했다. 그는 "딸을 위해 산 아기 옷들을 모두 잃었다. 이제는 음식을 찾는 일에만 신경쓴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신생아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이동식 인큐베이터를 제공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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