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꽤 구체적인 J리그 세계화 경영화 전략, 유럽처럼 덩치를 불린다
(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일본 J리그가 바라는 세계화 추구는 허울뿐인 목표가 아니다. 단적 예로 잠정적으로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FIFA 클럽 월드컵과 관련된 일이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더믹을 일으켜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이슈지만, FIFA는 클럽 월드컵을 32개 팀이 출전하는 대회로 개편하길 바라고 있다. 마치 월드컵과 같은 포맷의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이다. 당연히 유럽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나 리버풀과 같은 소위 명문 클럽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J리그는 클럽 월드컵에서 이들과 대등하게 승부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예를 들면 우라와 레즈는 한해 예산이 89억 엔(한화 738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와사키 프론타레나 FC 도쿄 역시 75억 엔(약 651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J1리그 클럽의 평균 한해 예산은 48억 엔(약 417억 원)에서 72억 엔(약 625억 원), J2리그 클럽들은 팀당 17억 엔(약 147억 원)에서 26억 엔(약 225억 원), J3리그에서는 팀당 7억 엔(60억 원)에서 10억 엔(약 86억 원)을 예산으로 쓰고 있다.
반면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들어가는 팀들의 한해 예산은 200억 엔(약 1,737억 원)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현재 J리그1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팀들도 유럽 수준만큼은 쓰지 못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비슷한 체급의 경영 규모로 키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J리그 사무국은 3부리그까지 운영되고 있는 J리그의 각 클럽 경영 규모를 10년 안에 1.5배에서 2배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일단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각 팀의 평균 예산이 10년 사이에 2.5배 정도가 성장했는데, 이 페이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면 다음 10년 안에는 예산 규모가 서너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J리그와 일본 축구계는 지난 10년간 선수 수출에 주력했다. FIFA 월드컵 8강 진출 국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유럽 빅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에 주목하고 어린 선수들이 J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곧바로 해외로 내보내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최근 두 차례 FIFA 월드컵에서 이를 통해 좋은 성과를 냈다.
이번에는 J리그를 유럽 빅 리그처럼 만들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까 유럽에 보내지 않고도 유럽 수준에 필적하는 선수들이 뛰는 리그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투자를 통해 수준을 향상시켜 J리그의 중계권을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면 일본의 우수 선수 자원이 유럽으로 떠나지 않고, 도리어 유럽에서 뛰는 해외 유명 선수들이 J리그에서 뛰는 상황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장기적 방침을 세우고 있다. 굳이 유럽을 바라볼 필요가 없이, 안방을 유럽처럼 꾸미겠다는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 이념도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J리그는 경제 불황 때문에 지난 30년 동안 생존을 가장 큰 가치로 삼았다. 하지만 세계화를 추구하는 만큼 이제는 경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바로 중계권료 차등 배분이다. J1리그가 하부리그 팀에 비해 더 많은 중계권 수익을 가지고 가고, 그 중에서도 톱 팀들이 중계권료 파이를 더 많이 가져가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즉,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라도 전력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실제 성공 사례가 있다는 점은 J리그 사무국의 아이디어에 힘을 보탠다. 현재 J리그 굴지의 강호가 된 가와사키 프론타레가 불과 10년 전만 해도 10억 엔 수준의 경영을 했지만 지금은 일곱 배나 덩치를 불리며 명문의 초석을 다졌다. 이처럼 각 클럽들이 강자가 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투자하고 목표 의식을 세울 수 있도록 한다면 세계적 리그 역시 성장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분위기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대한축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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