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라시코 맞나' LG는 '29년 恨' 풀고, '31년째 무관' 롯데는 범죄 연루
프로야구 인기 구단으로 꼽히는 LG와 롯데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LG가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31년째 무관에 그친 롯데는 선수의 범죄 사실이 뒤늦게 발각됐다.
두 팀의 맞대결은 '엘롯라시코'로 불리며 KBO 리그에서 있기 있는 더비 경기로 꼽힌다. 성적과 무관하게 매 경기 진흙탕 싸움을 벌여 강한 라이벌 이미지를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LG는 1994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승과 인연은 없었으나 2019년부터 꾸준히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다. 반면 롯데는 2017년 이후 올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LG는 마침내 올해 29년 묵은 우승의 한을 풀었다.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친 데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 LG는 KT를 6 대 2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준우승에 그친 2002년 이후 21년 만이었으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차전에서 KT에 패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4경기에서 내리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1차전부터 5차전까지 5경기 모두 매진을 이룰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29년 만의 우승을 염원하는 LG 팬들은 원정 응원석까지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열정을 보였다.
LG가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둔 이날 5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LG의 가을 야구를 상징하는 유광 점퍼를 입은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LG의 응원 도구인 노란 수건이 경기장을 뒤덮으며 장관을 이뤘다.
이날 LG가 5차전 승리와 함께 우승을 확정하자 잠실구장은 축제 분위기로 물들었다. 선수들은 경기 후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샴페인을 뿌리고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고, 팬들도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즐기며 응원가를 연호했다.
선수들은 여기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LG 왕조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시리즈 MVP(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주장 오지환은 "저희는 분명히 왕조 시기를 누릴 것이고, 이 멤버들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오래 야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가 우승을 차지한 다음 날(14일) 롯데에서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내야수 배영빈(23)의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1992년 이후 31년간 축배를 들지 못한 롯데 입장에서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고-홍익대를 졸업한 배영빈은 올해 롯데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뒤 5월 정식 선수로 전환됐다. 8월 20일 고척 키움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올해 정규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3리(16타수 5안타) 2득점의 성적을 거뒀다.
데뷔 첫 시즌을 마치자마자 범죄에 연루된 것. 롯데 구단은 이날 "배영빈이 지난달 말 서울 모처에서 술자리 뒤 음주 운전 단속에 잡혔던 사실을 지난주에야 파악했다"면서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KBO 징계와 무관하게 오는 16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배영빈은 지난달 23일 대리 운전 기사를 부른 뒤 차량을 골목에서 빼다가 경찰 단속에 적발됐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운전대를 잡은 사유야 어떻든 숨기면 안 된다"면서 중징계를 예고했다.
프로야구 음주 운전 처벌 규정에 따르면 '면허정지' 최초 적발은 70경기 출장 정지, '면허 취소' 최초 적발은 1년 실격 처분이다. 2회 음주 운전은 5년 실격, 3회 이상은 영구 실격이다.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에서 활약한 강정호가 과거 음주 운전으로 3차례(2009, 2011, 2016년) 적발돼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제재 규정이 개정된 것.
롯데는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사례를 겪은 바 있다. 우완 투수 서준원(23)이 미성년자 성범죄에 연루됐는데 이를 숨겼다가 뒤늦게 밝혀져 뭇매를 맞았다. 당시 구단은 한 치의 고민 없이 서준원의 퇴단을 결정했다.
올해 정규 시즌 7위에 그친 롯데는 6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스토브 리그에서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260억 원을 투자했으나 도약에 실패했다.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 등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왔고, 내부 자원인 투수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 원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개막 첫 달에는 1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켰으나 봄에만 잘해 붙은 '봄데' 오명을 끝내 벗지 못했다. 지난 8월말 건강 문제로 사임한 이종운 감독 대행이 36경기 18승 18패 승률 5할로 나름 선전했으나 반전은 없었다.
이에 현역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는 김태형 감독을 선임하는 등 새판 짜기에 나섰다. KBO 리그 최초로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을 보유한 김태형 감독이 다음 시즌 롯데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배영빈의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새 시즌 준비에 한창인 롯데가 어수선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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